노동계 “생계비와 67만원 격차”…사용자 “지불능력 한계 넘어 폐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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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 두번째)와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 세번쩨) 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첫 조정 협상을 진행했다. [사진=김용훈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2000원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라며 인상을 요구한 반면,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동결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심의를 이어갔다. 지난 8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보다 16.3% 인상한 시급 1만2000원을, 사용자위원 측은 올해와 같은 1만32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격차는 1680원에 달한다.
이날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사용자 측의 동결안을 두고 “2007년 이후 사실상 20년 가까이 반복된 동결·삭감 기조”라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외면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류 사무총장은 비혼 단신근로자의 올해 실태생계비가 월 282만원 수준인 반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약 215만원에 불과하다며 “생계비와 최저임금 간 격차가 약 67만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라며 “민생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울먹이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2000원은 사치나 저축을 위한 돈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생존 비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상생의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동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인용해 “2025년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비중이 56.8%에 달한다”며 “자영업자 대출 잔액도 올해 1분기 말 1095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최저임금 부담이 더 커진다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운 경영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지불 능력이 없는 사업주들에게 추가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폐업을 선택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기업이 문을 닫으면 일자리도, 최저임금도 존재할 수 없다”며 동결을 촉구했다. 양 본부장은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 99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응답 기업의 77.6%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답했고, 62.6%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공익위원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오늘 회의는 최저임금법상 결정 기준을 중심으로 서로의 판단 근거를 면밀히 살펴보고 간극을 좁혀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리적 결론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후인 6월 29일까지다. 하지만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심의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처럼 노사 합의로 결정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노사가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한 사례는 8차례에 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