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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지진 이후 구조대원들이 산베르나르디노의 무너진 건물에서 희생자를 수색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장비가 없어 아들을 꺼낼 수 없습니다.”
베네수엘라 북부 라과이라에서는 무너진 아파트 잔해 앞에서 주민들이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걷어내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구조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구조 장비와 구호물자를 실어 나를 도로와 공항, 항만까지 동시에 피해를 입으면서 재난 대응 자체가 병목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번 규모 7.5 연쇄 지진은 원유 생산시설보다 물류망을 먼저 무너뜨리며 남미 공급망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과이라는 수도 카라카스로 향하는 관문이자 베네수엘라 최대 국제공항과 주요 항만이 자리한 국가 최대 물류 거점이다.
이 지역의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은 시설 피해로 운영이 중단됐다. 항만과 연결 도로도 곳곳이 파손됐다. 건물 수백 채가 무너지면서 중장비와 구조 인력이 피해 지역에 접근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공항과 도로, 통신망이 동시에 훼손되면서 국제 구조 활동도 큰 제약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구조대와 의료진, 긴급 구호물자의 이동이 늦어지면서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진이 국제유가보다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더 주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하루 약 1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남미 주요 산유국이다. 지진 직후 원유 공급 차질 우려도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주요 에너지 시설은 비교적 피해를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은 모든 직원의 안전을 확인했으며 생산도 정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모론 석유화학단지도 시설 점검을 마친 뒤 재가동 절차에 들어갔고 다른 주요 원유 생산시설 역시 심각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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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에서 연쇄 지진 발생 이후 촬영한 위성사진. 왼쪽은 붕괴된 아파트 단지, 오른쪽은 라플라야 대로의 리조트와 컨테이너 터미널이 파손된 모습이다. 이번 지진으로 최소 188명이 숨지고 1520명 이상이 다쳤다. [AFP] |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의 핵심 변수는 원유 생산이 아니라 운송망이라고 지적한다.
라과이라는 원유뿐 아니라 식품과 의약품, 산업기계, 생활필수품 등 대부분의 수입 화물이 집중되는 베네수엘라 최대 물류 관문이다. 공항과 항만, 수도를 연결하는 도로까지 동시에 피해를 입으면서 일반 화물과 구호물자 운송이 모두 병목에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피해 지역에서는 구조 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못해 구조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병원은 부상자가 몰리면서 의료 장비와 의약품 부족을 호소하지만, 해외에서 앞다퉈 지원하겠다는 장비와 의약품을 병원까지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일부 지역은 전력과 통신까지 끊겨 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물류업계는 원유 생산보다 항만과 공항의 복구 속도가 향후 공급망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만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원유 수출 일정은 물론 정유설비 유지·보수에 필요한 기자재와 산업용 부품 반입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해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 자연재해 이후에는 항만 운영 차질과 운항 지연 위험이 커지면서 해상보험료와 운송비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