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100년만의 강진…“베네수엘라 피해, 연간 GDP 맞먹어”

美 지질조사국 “최대 1000억달러 경제적 피해”
초인플레 등 경제난 속 강진으로 피해 극심
병원, 전력 등 공공 인프라 노후화…사태 악화 가능성도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베네수엘라와 카리브해 기타 지역을 강타한 후, 한 구조 요원이 손바닥 위로 고개를 떨군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베네수엘라가 100여년 만의 강진으로 이미 붕괴 직전이던 경제에 치명타를 입었다. 초(超)인플레이션, 석유산업 침체로 베네수엘라가 장기간 경제난을 겪어온 상황에서 최악의 강진까지 겹치며 최대 1000억달러(약 154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5일(현지시간) 이번 강진으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피해 규모가 최소 100억달러에서 최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최대 추정치인 1000억달러는 베네수엘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지진학자인 루시 존스 박사는 “강진으로 가스관과 전력시설이 파손되면 대형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연쇄 피해는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두 배 가까이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미국 주도의 제재와 상상을 초월하는 인플레이션, 정부 부패, 석유산업의 구조적 침체 등으로 장기간 경제위기를 겪어왔다. 베네수엘라의 GDP는 2013년 이후 약 80% 감소했다.

정치적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대통령을 맡았다. 이후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고 원유 생산량도 점진적으로 늘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 CNN 방송은 이번 강진이 베네수엘라 경제에서 가장 나쁜 시기에 찾아온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5일 기준 최소 188명으로 늘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이날 TV 브리핑을 통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88명, 부상자는 152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도 베네수엘라에서는 약 800만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했다”며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와 강진으로 인한 피해 급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로드리게스 의장에 따르면 최소 250채의 건물이 파손된 가운데 병원 8곳, 쇼핑센터 20곳, 공공 시설물 46곳이 훼손됐다. 이로 인해 생필품 부족은 물론 차량 연료나 일반 의약품을 구입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CNN은 “이번 강진은 이미 취약한 공급망에 추가 충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번 자연재해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를 크게 훼손할 뿐 아니라 병원과 전력·상수도 등 공공 인프라가 장기간 투자 부족으로 심각하게 노후화돼 있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난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여력도 제한적이다. 의료체계는 이미 과부하 직전이며 대규모 재건 비용을 마련할 재정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국제 사회는 100여년 만의 최악의 강진 피해를 입은 베네수엘라에 구호 인력 파견과 긴급 원조 제공 등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베네수엘라에 1억50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긴급 원조를 제공하고, 수색·구조대를 급파한다고 밝혔다. 파견되는 구조대는 미국 페어팩스 카운티 소방서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소방서 소속 도시 수색·구조팀으로, 소방관과 응급의료진, 구조공학 전문가, 수색견 운용 인력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구조대는 지난해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자메이카에서도 구조 활동을 수행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베네수엘라 정부와 협력해 피해 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피해 현황에 따라 자금 지원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멕시코와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도 구조·의료 인력 파견과 구호물자 지원 등에 나섰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자선활동을 총괄하는 교황자선소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10만유로(약 1억7000만원)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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