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몽매주의 여전히 전 세계에…한국은 빛의 증거”

신작 ‘영혼의 왈츠’, 전생 통해 문명 이야기
“AI, 도구일 뿐…권력 이용은 경계해야”
“인식의 전환 필요…인간-자연 관계 고민해야”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내 프랑스 주빈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몽매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간을 다시 전쟁의 도구로 예속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세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인간을 해방시키려는 계몽주의도 존재합니다.”

한국 독자들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2026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새로운 장편 소설 ‘영혼의 왈츠’(열린책들)로 돌아온 그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내 프랑스 주빈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로 말문을 연 베르베르는 ‘영혼의 왈츠’에 대해 “인류 역사의 지정학적 부분에 대해 고찰하는 이야기와 주인공 외제니 톨레다노가 전생을 거치며 영혼의 형제를 만나는 이야기의 두 가지 축으로 이뤄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혼의 왈츠’는 작가의 핵심 주제인 죽음 이후의 세계, 기억, 전생, 자유 의지를 더 거대한 스케일로 펼친다. 세상에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를 들은 외제니는 현재를 구하기 위해 전생으로 거듭해서 들어가고, 그 여정은 12만년 전 인류 문명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의 충돌부터 수메르 문명, 이집트 파라오 시대를 거쳐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로 환생하기도 한다.

작가는 환생을 모티브로 삼은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퇴행 명상을 통해 전생 탐험에 빠져 있었다. 영매가 나는 111개의 전생을 거쳤다고 했다. 내가 여자였던 전생도 있었는데 남자로서 이해할 수 없었던 여자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관객들이 전생을 체험하는 공연도 하고 있는데, 굉장한 장면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다 보면 현생에만 몰두하게 되는데, 전생 체험을 통해 내가 이것만 있는 게 아니구나, 다른 삶도 있었구나 깨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생마다 다른 문명이지만 인류를 다시 어둠으로 끌어내리려는 ‘몽매주의’와 문명의 빛을 지키려는 ‘계몽주의’ 간의 대립은 계속된다. 현재도 세계 각국에서 독재가 세력을 확장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등 몽매주의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기원전의 이야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종말은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 있다.

작품은 환생을 통해 인간이 반복되는 파국 앞에서 끝내 다른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베르베르는 “‘영혼의 왈츠’에서 인간은 전생을 통해 여러 몸을 거치게 된다. 한 인생이 마감됐을 때 영혼은 심판받게 되고, 인생의 여정 동안 얼마만큼 성숙하고 발전했는지에 따라 다음 인생이 결정된다. 개인마다 영혼의 사명은 다르고, 이를 완수하기 위해 환생하면서 영혼의 성숙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내 프랑스 주빈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역사를 좋아하는 작가에게 전생은 과거 실제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소재다. 한국의 역사도 공부해 보니 한국이 현재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일본의 침략 등 끔찍한 과거가 있었는데 현재 존재하는 여러분은 기적의 아이들이다. 한글이라는 고유 문자가 존재한다는 것도 기적 같다”며 “한국은 몽매주의 타파를 잘 알고 있다. 야만과 폭력을 극복했다. 한국이야말로 어두운 세상 속에서도 빛이 존재하고, 앞으로 소망이 있을 것이란 증거”라고 찬탄했다.

베르베르는 현시대의 화두인 인공지능(AI)에 대해 2001년 출간한 ‘뇌’에서 이미 다뤘다며 “나에게 AI는 이미 과거의 주제”라고 했다. “현재 AI에 대한 많은 두려움이 퍼지고 있지만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그 자체에는 선악이 없고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의 중요한 주제로 ‘인식의 변화’를 꼽았다. “인식의 수준을 넘어서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지적 능력이 아니라 의식이다. 기술이 아니라 영성으로 가야 한다. 도리어 영성 성숙이 다시 기술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85억 인구가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사는 방식은 결코 지속 불가능하다. 개개인이나 한 국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구 문제에 관해서도 “저출산 얘기도 있지만 인구수는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아이를 낳았을 때 충분히 사랑해 주고 잘 양육할 수 있는 상태에서 낳자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구 절제의 개념”이라고 했다.

베르베르는 “글을 쓰는 이유는 실제 일어난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많은 정치적 상황이 벌어지는데 올바른 상황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역사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진실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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