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도봉·강북·금천 등 외곽 7개구
전세 줄고 실수요 늘자 1년새 2.7%P↑
월세 낼 바엔 ‘사자’, 매매 수요 자극
“보유세 인상 땐 월세 오름세 가속”
![]() |
“상계10단지에서 보증금 5000만원·월세 80만원에 나왔던 매물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전화와서 월세를 120만원으로 올리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많이 올리시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여기 주변은 더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체감 월세는 연초에 비해 50~60%씩 오른 것 같아요.”(노원구 상계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외곽지역에서 고액 월세화 현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입주 물량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외곽지역으로 매수 수요가 몰렸고, 임차 매물이 줄었다. 여기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까지 더해지자 월세 상승폭이 커졌다. 고가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에 비해 실수요 임차인이 많은 구조적 특성도 외곽 지역의 고액 월세화 추세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최근까지(6월 21일 기준)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강서구 등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신규 월세 거래 중 월세 100만원 이상 계약 비중은 21.16%로 집계됐다. 지난해 100만원 이상 월세 비중이 18.42%인 점을 고려하면, 올 들어 2.74%포인트 늘었다. 서울 전체와 비교하면, 고액 월세 확산이 더욱 빨랐다. 올해 체결된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에서 100만원 이상 월세 비중은 38.13%로 지난해(38.51%)와 유사했다.
함영진 랩장은 “강남권 일부, 용산구 등 고가 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자금 동원력이 넉넉한 임차인들이 많다보니 보증금을 높이고 오히려 월세를 낮추는 특이한 현상도 있었다”며 “이와 달리 수요가 몰린 외곽지역에서는 임대인 우위 현상이 심화되면서 저가 월세들이 100만원 이상으로 일제히 올라간 셈”이라고 말했다.
외곽 자치구별로 100만원 이상 월세 비중을 살펴보면 관악구에서 35.17%로 가장 높았으며, 강북구도 30.89%에 달했다. 지난해 100만원 이상 월세 비중이 각각 32.32%, 26.98%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2.85%포인트, 3.91%포인트씩 증가한 셈이다.
이밖에 ▷강서구(21.08→24.33%) ▷구로구(15.38→16.87%) ▷금천구(10.39→17%) ▷노원구(13.98→16.43%) ▷도봉구(16.7→17.88%) 등도 100만원 이상 고액 월세 비중이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해 전무하다시피 했던 ‘300만원 월세’도 올 들어서는 종종 등장하고 있다. 노·도·강 지역에서도 소위 ‘국평’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신축 역세권 단지 위주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9일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84㎡(이하 전용면적, 8층)은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10만원에 거래됐다. 그보다 앞선 3월에는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84㎡(25층)은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계약됐다.
최근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거래가 대세로 자리잡은 상태다. 정부 대출 규제,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데다 전세사기 여파 등까지 종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월세 거래 비율은 70%로 전년 동기(63.6%)보다 6.4%포인트 상승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그 중에서도 서울 외곽지역은 강남 등에 비해 최근 입주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다 전세 매물 감소 폭도 컸다”며 “실수요자 비중이 높은 만큼 전세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타 지역보다 거셌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향후 보유세 추가 부담 가능성도 있는데다, 전세 계약을 도중에 월세로 변경하기 어려우니 처음부터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특히 강북권은 모아주택 등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이 경우 매맷값 상승에 따라 월세를 더 올려받을 유인이 커진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고액 월세화 추세가 향후 주택 매매 수요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은 임대인의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외곽지역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유세 인상 등이 현실화될 경우 월세 상승세가 빨라질 것”이라며 “월세 부담이 커질수록 차라리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임대사업자 보유 매물 출회 여부도 시장 변수로 꼽힌다. 정부가 오는 7월 세제 개편을 통해 등록임대주택 세제 특례 축소를 검토하면서 임대 의무기간이 끝난 주택의 매물 출회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을 통해 서울 아파트 시장에 묶여 있는 등록임대주택 약 6만8000호의 매물 출회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임대사업자 보유 물량이 일제히 매매로 이동할 경우 임대차 공급이 줄어 외곽지역의 월세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서구 마곡동의 B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곳 일대에는 등록임대사업자들이 적지 않은데 세제 혜택 축소를 우려해 매물을 내놓는 분들이 꽤 있다”며 “전세가 줄어들면서 아파트 월세는 물론 소형 오피스텔과 빌라 월세도 최소 20만원 이상씩 뛰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은·윤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