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검거 경력 26명 경찰관 영입
보이스피싱 피해액 ‘100억 이상’ 거점 14곳 활동
의심 사이트 조회 및 비행기모드 활용 등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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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스뱅크 금융사기예방관은 2인 1조(총 13개 조)로 팀을 이뤄 활동하며 지역 곳곳을 돌며 금융사기 유형을 안내하는 팸플릿 등을 나눠주는 예방활동을 한다. 사진은 정인태(왼쪽)금융사기예방관과 이흥신(오른쪽) 예방관이 서울 영등포구 인근에서 활동하는 모습. [토스뱅크 제공] |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길거리에서 QR코드가 담긴 이벤트 전단지를 받았는데, 사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서울 영등포구 시니어행복발전센터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강연장. 조옥단(68) 씨가 손을 들고 질문하자, 강연자로 나선 토스뱅크 금융사기예방단의 정인태 예방관이 “링크를 열어보기 전, 카카오톡의 GPT(생성형 AI)에 이 링크가 안전한지 먼저 물어보세요”라고 설명했다. 근 고도화되는 링크 피싱 사기도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손쉽게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한 것이다.
토스뱅크가 이달부터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과 손잡고 운영 중인 사회공헌 프로그램 ‘우리동네 금융사기예방관’이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곳의 교육자로 나선 26명의 예방관은 모두 ‘전직 경찰관’ 출신이다. 일선에서 금융사기범을 직접 검거하고 정통한 수법을 파헤쳐 온 베테랑 은퇴 경찰관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살려 시민들의 ‘금융사기 예방 교육자’로 변신한 것이다.
이날 강연에 나선 정 예방관 역시 23년간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며 서울동작경찰서 전화금융사기 검거 TF팀장,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경찰수사대 팀장 등을 지낸 금융범죄 수사의 베테랑이다. 함께 활동에 나선 이흥신 예방관은 36년 9개월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한 전직 경찰관 출신으로, 재산범죄·경제범죄·민원 상담·가정폭력 상담 등 다양한 현장 상담을 경험했다.
금융사기예방관은 2인 1조(총 13개 조)로 팀을 이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영등포구를 비롯해 지난해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00억원 이상 발생한 서울 시내 14개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밀착형 예방 교육과 현장 안내 활동을 펼친다. 토스뱅크는 내년 해당 활동을 서울 외 거점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교묘한 금융사기 수법과 이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행동 요령이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정 예방관은 특히 가짜 홈페이지로 피해자를 유인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방식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일반 국민이 평소 경찰청 홈페이지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사기범들이 가짜 경찰청 모방 페이지를 만들어 둔다”며 “이후 피해자가 모종의 사기 사건에 연루됐으니 피해금을 경찰에 납부해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해 돈을 갈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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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시니어행복발전센터에서 정인태 토스뱅크 금융사기예방관이 강연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금융사기 수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스뱅크 제공] |
정 예방관은 이런 의심스러운 링크 접속 요구를 받았을 때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대처법을 공유했다. ▷도메인 등록 정보 확인 사이트인 ‘후이즈(WHO IS)’에 들어가 해당 사이트의 실제 등록 여부를 조회할 것 ▷카카오톡 등에서 무료로 쓸 수 있는 생성형 AI(ChatGPT 등)를 활용해 해당 사이트의 안전성을 검증할 것 ▷사기 링크를 눌렀거나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순간 즉시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할 것 등이다. 정 예방관은 “비행기 모드를 켜는 것은 사기범이 원격 제어로 핸드폰을 통제하는 상황을 차단하고, 경찰서로 이동해 신고하기 전 순간적으로 추가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범죄 현장의 작동 원리를 꿰뚫고 있는 전직 경찰관들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왜 이 수법에 속는지’, ‘어느 지점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짚어내다 보니 수강생들의 집중도와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이날 강연에는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사기로 6000만원의 피해를 본 어머니를 대신해 딸 장미영(가명·45) 씨도 참석했다. 장 씨는 “어머니가 앞서 크고 작게 당한 사기 피해 금액만 합쳐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수준”이라며 “어떻게 사기에 빠져드는지 그 수법을 제대로 교육받아야 앞으로 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아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테랑 수사관이었던 이들이 은퇴 후 다시 강단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수사 일선에서 다양한 사기 수법을 접하며 금융사기 근절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죽이는’ 일이라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정 예방관은 과거 한 대기업 회계팀 직원이 금융사기에 연루돼 3억 원의 피해를 보고 신고 10시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일을 회상하며 “수사를 막 시작한 단계였는데 피해자가 큰 비관을 느끼고 결국 목숨까지 내려놓았다는 사실에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한동안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며 “금융사기예방관 활동을 하면서 사기를 당하기 전에 시민들을 제대로 교육해 막아내는 것이 그때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전직 경찰로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활동 지원 동기를 설명했다.
이날 함께 활동에 나선 이흥신 예방관 역시 “최근 충북 음성군에서도 어머니와 아들이 5000만원 규모의 보이스피싱을 당해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채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면서 “금융사기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인 만큼,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상담의 영역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