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강진 다음날 일본도 흔들려…수천 ㎞ 떨어진 충격이 지진을 부르는 이유[후암동 논문 연구소]

25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알타미라 지역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에서 구조 작업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지난 24일 베네수엘라에서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30여 초 간격으로 연속 발생해 사상자 수가 빠른 속도로 확인되고 있다. 다음날인 25일 일본 이와테현 앞바다에서는 규모 7.2 지진이 발생했다.

서로 수천 ㎞ 떨어진 곳에서 하루 차이로 강진이 잇따르자 “큰 지진이 다른 곳의 지진을 부르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온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6호에 홍콩대학교 토목공학과 황차오·준양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규모 지진이 수천 ㎞ 떨어진 곳의 단층을 흔들어 또 다른 지진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로이터]


지진파는 사실 매우 약하다


지진이 발생하면 에너지가 파동 형태로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에서는 산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하지만 지진파가 수천 ㎞를 이동하고 나면 미약해진다. 그 힘은 단층이 평소에 견디는 힘의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 정도 힘으로는 단층이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면 이론과 달리 진원지에서 수천 ㎞가 떨어진 곳에서는 연쇄 지진이 발생한다.

강한 지진파가 지나간 뒤 수백, 수천 ㎞ 밖에서 지진이 잇따르는 현상은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 랜더스 지진 이후 처음 공식 기록됐고, 이후 남미·아시아·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각 환경에서 동일하게 관찰됐다.

단층 구조를 설명하는 개략도. 단층에는 오랜 시간 암석이 갈려 나간 자리에 점토질 가루인 ‘단층비지’가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6호]


틈새에 쌓인 흙이 압력을 10배로 키웠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단층 내부를 채우고 있는 물질이다.

단층은 암반과 암반이 맞닿은 경계면이다. 단층에는 오랜 시간 암석이 갈려 나간 자리에 점토질 가루가 가득 차 있다. 이를 ‘단층비지’라고 한다.

단층비지는 점토처럼 물을 머금고 있고 투수성이 낮다. 지진파가 이 물질을 반복적으로 진동시키면 내부 물 압력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투수성은 물이 얼마나 잘 통과하는 지를 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진파의 직접적인 충격보다 10배 이상 높은 압력이 단층비지 안에서 쌓였다. 파도가 잔잔할 때는 모래사장이 단단하지만 파도가 반복해서 치면 모래가 물을 머금고 흐물흐물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압력이 올라갈수록 단층이 버티는 힘은 줄어든다. 충분히 약해지면 원래는 미끄러지지 않을 단층도 움직인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단층 깊이 4.25㎞ 지점에 45도로 기울어진 정단층 모델에 레일리파(지진 표면파의 일종)를 200초 동안 10회 반복 가해 시뮬레이션했다.

노란색일 수록 강한 압력을 뜻한다. (A)강한 지진파가 단층 중심부를 때리고 지나가면서 내부 압력이 순식간에 급상승했다. 200초 시점에는 압력이 최대치(노란색 선)에 도달했다. (B)지진파가 통과한 후 단층 중심부에 뭉쳐 있던 높은 압력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좌우 주변 암석 지대로 서서히 번져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26호]


그 결과 단층비지 내부 물 압력은 1.7메가파스칼(㎫)까지 올라갔다. 지진파가 직접 단층에 가하는 힘인 0.15㎫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즉, 지진파 자체의 힘이 아니라 그 진동이 단층 내부에서 일으키는 압력이 수천 ㎞ 밖의 지진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었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지역의 붕괴된 건물 현장에서 구조대가 중장비로 구조 작업하고 있다. [AFP]


지진파가 지나간 뒤에도 한동안 위험하다


연구팀이 밝혀낸 또 다른 사실이 있다. 지진파가 지나간 직후가 아니라 수분에서 수시간, 길게는 수개월 뒤에 지진이 발생하는 이유다.

단층비지는 투수성이 낮아 한번 올라간 물 압력이 천천히 빠진다.

시뮬레이션에서 지진파가 멈춘 뒤에도 단층 내부 압력은 약 30분 이상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이후 수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낮아졌는데, 3시간이 지난 뒤에도 지진파가 오기 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지연 시간이 수개월에 달하는 경우도 단층비지의 투수성으로 설명된다. 투수성이 낮을수록 압력이 빠지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투수성이 10배 낮아지면 압력이 빠지는 시간도 10배 늘어난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수치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것으로, 단층비지의 실제 물성을 측정한 반복 하중 실험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를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adv.aec4754

논문 정보: Chao Huang, Jun Yang ,What triggers seismicity thousands of kilometers away from a mainshock?.Sci. Adv.12,eaec4754(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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