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코인투자·결제까지 본격화…韓 ‘규제’ 갇혀 제자리걸음

AI에이전트, 결제·디지털자산시장 침투
비자·오픈AI, 에이전틱 커머스결제 강화
디지털자산기업, 마스터카드 파트너로
코인베이스 AI에이전트 금융인프라 구축
국내는 규제·책임구조 불확실성에 발목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제도와 시장 환경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금융상품을 비교·거래하고 직접 결제하는 환경을 겨냥해 결제사와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인프라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러는 사이 국내에서는 제도와 시장 환경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사들은 AI 에이전트 결제 도입을 넘어 에이전트가 안전하게 결제에 참여할 수 있는 책임 구조를 실험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비자는 최근 차세대 AI 상거래를 강화하기 위해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환경에서 보다 안전한 결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양사는 비자의 글로벌 결제망과 인증·보안 인프라를 오픈AI 서비스에 연동해 AI 에이전트 결제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비자는 이 과정에서 결제 네트워크와 토큰화, 위험관리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양사의 전략적 협업 아래 에이전틱 결제는 사용자가 사전에 설정한 권한과 정책 안에서 이뤄진다. 지출 한도, 이용 가능한 가맹점 업종, 승인 요건 등을 정해두고 실제 거래에는 토큰화한 비자 결제 정보와 실시간 승인·이상거래 탐지 체계가 적용되는 식이다.

비자는 앞서 카드 발급사들이 AI 에이전트 결제에 대비할 수 있게 ‘비자 에이전틱 레디(Visa Agentic Ready)’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발급사들이 AI 에이전트 주도 거래를 테스트하며 에이전틱 커머스 대응역량을 점검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카카오뱅크,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 6개사가 참여 중이다.

마스터카드도 지난해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해 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마스터카드 에이전트 페이(Mastercard Agent Pay)’를 공개한 데 이어 6월 ‘에이전트 페이 포 머신(Agent Pay for Machines)’을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카드부터 스테이블코인까지 다양한 결제 방식을 지원해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개입 없이 소액·고빈도 거래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초점을 뒀다. 특히 마스터카드의 파트너사 명단에 OKX, 솔라나재단, 리플, 문페이, 앵커리지디지털, BVNK 등 디지털자산 관련 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결제사들이 이같이 전략을 확장하는 배경에는 AI 에이전트가 기존 결제 책임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비자와 PYMNTS 인텔리전스가 올해 1월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미국의 결제 매입사(acquirer) 7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사의 49%는 AI 에이전트 결제 확대를 위해 규제·컴플라이언스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43%는 AI 에이전트의 신원 확인과 결제 자격증명을 결합하는 표준 마련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글로벌 결제사들이 AI 에이전트 결제 표준을 정립하기 위한 포석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AI 에이전트 결제 흐름을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금융과 연결하는 대표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특히 카드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결제를 가능케 하는 표준인 x402를 만든 기업이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x402는 지난 1년간 1억8500만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다.

카드 결제는 통상 건당 고정수수료와 거래액에 비례한 수수료가 함께 붙기에 0.01달러 혹은 0.005달러처럼 1센트 이하로 쪼개지는 마이크로페이먼트는 카드 네트워크 위에서 처리하기 어렵다. 특히 코인베이스는 최근 거래, 결제, AI를 3대 축으로 한 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에이전트 금융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금융 부문에서는 ‘코인베이스 어드바이저(Coinbase Advisor)’와 ‘코인베이스 포 에이전트(Coinbase for Agents)’를 내세웠다. 이용자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투자조언을 제공하고, 이용자가 선택한 AI 에이전트를 코인베이스 계정에 연결해 조건에 따라 거래까지 수행하게 하는 구조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리테일 영역에서 AI 에이전트 결제 도입이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현재 도입 수준은 주로 자연어 기반 금융업무 처리나 내부 업무 자동화에 머물러 있다. AI가 금융소비자를 대신해 결제권한을 행사하는 데까지는 아직 부담이 크다는 분위기다. 국내 디지털자산거래소들도 AI 활용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나 아직 결제보다 정보제공과 투자편의성 개선에 그치는 수준이다.

박혜진 서강대 AI·디지털자산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AI 결제에서 기술 구현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피해없이 에이전트를 쓸 수 있게 운영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라며 “환불처리, 사용자 권한 위임, 이용한도 설정, 인증체계 구축 등이 훨씬 어려운 과제”라고 진단했다.

AI 에이전트 결제를 바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보호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 교수는 “금융당국의 스탠스는 금융 소비자 안전에 맞춰져 있다”며 “AI가 사람 대신 결제하는 영역은 운영과 보호 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먼저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국내는 규제와 책임 구조의 불확실성, 망분리와 인증 등 실무적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해외보다 도입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AI 에이전트 도입 속도 차이도 상품 다양성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거래소는 현물뿐 아니라 파생상품, 토큰화 자산, 예측시장 등 AI 에이전트가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현물 중심 거래에 머물러 있어 AI가 실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제한적이다. 황 교수는 “국내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없고 오직 현물만 거래할 수 있어 결제 시스템 자체가 한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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