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전 美국무 부장관 “미·이란 전쟁 승자는 중국”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이란 전쟁에서의 승자는 중국이며, 아시아 지역은 인플레이션 등 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말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대해 중국이 승자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전쟁 과정에서 에너지 조달과 비축 양면에서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을 입증했고, 이를 통해 자국 산업의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동남아시아로 분산될 뻔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면모를 굳건히 했다는 것이다. 청정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늘면서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수출이 급증했다는 점도 중국에 승리를 안겨준 대목이다.

미 국무부 전 부장관이자 아시아그룹(TAG) 공동 창립자인 커트 캠벨은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은 “승자가 중국이며, 일본 등 동아시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캠벨 전 부장관은 “중국은 에너지 조달과 비축 양면에서 여력을 보여주는 등 이번 미·이란 충돌의 승자 중 하나”라며 “세계 경제의 불안정화라는 폭풍을 극복하는 데 가장 성공하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짚었다.

이란 전쟁의 영향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이라 할 정도로, 유례없는 해협 봉쇄로 에너지를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은 이에 적절한 대처를 하고, 청정에너지로 쏠리는 ‘풍선 효과’를 흡수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더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그룹은 2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석유 및 가스 비축량과 청정에너지 공급 덕분에 최악의 영향을 피할 수 있었다”라며 “이는 제조업을 위한 경쟁력 있는 입지로서 중국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그룹은 이번 전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와중에 중국 정부는 가격, 수출 통제, 보조금, 관리 통화를 활용해 경제적 충격을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석유 및 가스 비축량을 활용하고, 정제소에 수출 제한 및 쿼터를 부과하면서 에너지 대란을 피해 갔다. 자체 석유 비축량을 활용하면서, 지난달 중국의 석유 수입량이 연간 기준 30% 이상 감소할 정도였다.

이번 전쟁으로 석유 기반 에너지에서 벗어난 대체 에너지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산업인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수출이 급증한 것도 중국의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또 중국과 달리 동남아시아가 이번 에너지 위기에 크게 타격을 받는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옮기려던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도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처 방식을 보면 동남아시아가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평가가 커져, 중국이 계속 ‘세계의 공장’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캠벨 전 부장관은 일본 등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전쟁의 여파를 더 오래 겪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아시아는 석유의 80%, 천연가스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조달해 왔다. 해협 통과를 전제로 하는 글로벌 공급망은 예상보다 방대해, 이번 전쟁으로 플라스틱과 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나프타, 반도체 공장과 MRI 기기에 사용되는 헬륨, 구리, 니켈 및 전기차 배터리와 전기 시스템에 필요한 중요 광물을 제련하는 데 필요한 황 등에서 공급 차질 사태가 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과 비교해 봐도 인플레이션의 여파는 예상보다 오래 남을 것이고, 전쟁 전 수준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려면 더 높은 회복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캠벨 전 부장관은 전쟁이 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오랜 시간에 걸쳐 미사일, 전투기, 병력 등 군사 능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전해 왔으나, 이번 전쟁 계기로 다시 중동으로 돌아가 버렸다”며 “이를 즉시 인도·태평양으로 복귀시키기는 어렵고, 장기적으로 아시아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의 장기화와 미군의 ‘공백’이 아시아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