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잔액 증가 3분의 2가 대기업 집중
중소기업 연체율 0.90%, 전월比 0.09%P ↑
이자보상비율 100만 기업 3분의 1이 중기
![]() |
| [연합뉴스 제공] |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중소법인 대출 잔액이 올해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로 번 돈의 상당수를 이자 부담을 갚는데 쓰는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자금줄이 위기에 내몰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부실 대출로 인한 은행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우량 기업 선별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5일 기준 중소법인 대출 잔액은 357조75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358조5393억원)보다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순증을 유지하던 중소법인 대출(소상공인 등 소호 대출 제외) 잔액이 6월 들어 순감으로 돌아선 것이다.
은행권이 가계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신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72조443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7조7183억원 늘었으나, 이 중 대기업 대출 증가분(18조7853억원)이 전체 늘어난 금액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은행이 중소법인 대출을 적극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들에 대출을 해줘도 이를 회수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KOSI 중소기업 동향 6월호’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전월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4.18%를 기록해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됐다. 조달 금리가 치솟고 상환 부담마저 커지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9%포인트 상승한 0.90%까지 치솟았다.
특히 한국은행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은 전체의 39.9%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그쳤지만, 중소기업은 무려 34.1%를 차지해 부실 위험이 중소기업에 집중되어 있음을 증명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중소법인의 리스크 확대로 인한 부실을 우려하며,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해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량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자금지원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장 전체 분위기가 어렵다 보니 선뜻 대출을 내주기가 조심스럽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는 데다 내수 회복마저 지연되면서 은행들의 보수적인 여신 기조는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우량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실행하며 단기적인 건전성 지표는 방어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 전반의 잠재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상수지 흑자와 일부 반도체 특수로 착시현상이 생겨, 산업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침체 국면이 가려진 경향이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경우 내수 기반 기업이 많기 때문에 실적 악화와 폐업이 늘어나면서 대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얼어붙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