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만 콕 집어…누더기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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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일대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핵미사일 중단하라’ ‘김씨왕조 무너진다’ 등 내용이 적힌 풍선을 날리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경찰 직무에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행위에 대한 제지가 포함된다.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이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운반하거나 준비하는 등 전단 살포와 관련된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신설했다. 또 ‘전단 살포 관련 위험구역’에 대해서는 경찰이 출입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경찰청은 “접경지역에서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전단 살포 행위 등에 대해 경찰관이 제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개정을 추진했다”고 이번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경찰은 남북관계발전법 등을 근거로 접경지역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23년 9월 헌법재판소가 남북관계발전법상 대북전단 금지 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경찰의 현장 제지 근거가 무력화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의정부지법이 대북전단을 살포하다 경찰과 충돌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단체 관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북관계발전법이 아니었다면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을 건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은 검사의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경찰의 대북전단 대응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날 개정안 시행을 통해 경찰은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명목상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이같은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하고 같은 당 복기왕·이재정·서삼석·황명선·최기상 의원 등이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 반복으로 군사적, 외교적 긴장을 유발하거나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현장에서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관의 직무에 특정 행위에 대한 제지 권한을 적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의 직무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일반법인데 구체적인 행위를 별도로 적시한 것은 상당히 예외적”이라며 “일반법에 특별법의 내용을 끼워 넣은 것과 다름없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왜 특정 행위만 예외적으로 규정하느냐가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앞으로 다른 단속 대상도 직무집행법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경우 법 체계가 누더기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위헌 결정이 내려진 사안을 경찰관 직무집행법으로 규율하려는 것은 우회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학자는 “이는 위헌 결정이 난 남북관계발전법을 사실상 우회해서 재입법한 것”이라며 “실제 경찰관이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했을 때 위헌 시비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했다.
이번 개정 과정에서 경찰은 헌법재판소가 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전단 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도, 일부 재판관들이 일률적인 금지·처벌보다 현장 경찰의 위험성 판단에 따른 유연한 조치는 가능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점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재판관들은 “전단 살포를 금지·처벌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행위자에게 경고하고 필요한 경우 살포를 직접 제지하는 등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 재판관들이 언급한 근거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의 긴급 위해 발생 시 경찰의 제지 권한 규정이다.
경찰은 현장 경찰관이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통일부 등 관계 부처나 관할 행정기관의 장에게 위험성 판단에 필요한 의견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했다. 이날 함께 개정 시행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시행령은 경찰의 의견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의견을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북전단 살포에 북한이 오물풍선으로 맞대응하면서 지난해와 재작년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번 개정으로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법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접경지역 등 비행금지구역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띄우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항공안전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접경지역 비행금지구역에서는 무게와 관계없이 모든 무인자유기구의 비행이 금지되면서 풍선을 이용한 대북전단 살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