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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월가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정점 신호로 해석하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에 대한 공매도(숏) 포지션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BC와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버리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브스택(Substack) 글을 통해 엔비디아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테슬라, 아이셰어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SOXX), 캐터필러 등을 공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신규 투자 계획을 AI 랠리의 막바지 신호로 해석했다. 버리는 “오늘 랠리의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며 “하지만 나는 이것이 ‘종말의 시작(beginning of the end)’이라고 본다.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등 서남권에 총 800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공장 4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장비주가 일제히 급등한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가 3.92% 상승했다. AMD는 6.86%, 인텔은 7.23%,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6.00%, KLA는 5.29%, ASML 미국예탁증서(ADR)는 5.93%, 엔비디아도 1.27% 오르며 강세를 나타냈다.
버리는 AI 투자 확대의 또 다른 수혜주인 캐터필러도 처음으로 공매도 대상에 포함했다. 그는 “캐터필러는 과거에는 롱(매수) 포지션으로 좋은 수익을 안겨준 종목이지만 이번에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현재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캐터필러의 주가매출비율(PSR)이 최근 30여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건설·광산 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의 대표적인 인프라 수혜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신설이 늘면서 토목 공사와 전력 인프라 구축 수요가 급증했고, 굴착기와 불도저, 발전기 등을 생산하는 캐터필러의 실적 기대감도 함께 커졌다.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해 캐터필러 주가는 올해 상반기에만 86% 급등하며 S&P500 편입 종목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버리는 반도체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경고했다. 그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현재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약 65%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이 같은 괴리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분기 말 나타나는 ‘윈도드레싱(window dressing)’ 현상도 언급했다. 버리는 “펀드들은 분기 말이 되면 많이 오른 종목을 보유한 것처럼 포트폴리오를 꾸미고 부진했던 종목은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6월 말은 연말 자금 유치를 앞둔 중요한 시점이라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6월 말은 다르다. 이제는 윈도드레싱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라며 “나는 오늘 시장의 주요 추세를 거스르는 거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매도 공개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상반기에만 101%, 2분기에만 88% 급등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분기 수익률을 기록한 직후 나왔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 기대가 반도체주를 계속 밀어 올리고 있지만, 버리는 오히려 과열 국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이름을 알린 버리는 최근에도 AI 관련 자산의 고평가와 투자 쏠림 현상에 대해 꾸준히 경고해왔다.
다만 그의 공매도 전략이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에는 시장을 정확히 예측했지만, 이후 테슬라 공매도와 2023년 미국 증시를 겨냥한 대규모 풋옵션 투자에서는 시장 반등으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등 AI 관련주를 겨냥한 공매도는 AI주 조정 국면에서 단기적으로 적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버리의 이번 베팅 역시 방향성과 시점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그는 시장 과열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포착해 공매도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AI 투자 열풍이 실제로 꺾일지와 별개로 단기적인 주가 흐름까지 정확히 맞힐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