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현행대로 연장하지 않고 매년 재검토하는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북미 자유무역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협정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의 통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미국 우선주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현행 형태의 USMCA 갱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협정의 미비점과 멕시코·캐나다와의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USMCA는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2018년 체결한 협정으로, 2020년 7월 발효됐다. 협정은 유효기간을 16년으로 하고 6년마다 3국이 공동으로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이번 공동 검토에서 협정을 16년 연장하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연장은 무산됐다.
이에 따라 협정은 당장 종료되지는 않고 향후 10년간 효력을 유지한다. 이 기간 3국은 매년 협정을 재검토하며 협상을 이어가게 된다. 2036년까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협정은 자동 종료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협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와 기업, 농민의 이익을 위해 기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협정을 갱신하는 데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상호주의와 균형을 바탕으로 무역정책을 재편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당시 직접 도입한 USMCA를 2기 들어 손질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USMCA가 멕시코와 캐나다를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부터 일정 부분 보호하는 반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는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와 철강 관세를 둘러싸고 캐나다와 갈등을 빚어왔으며, 캐나다의 보복관세와 미국산 주류 불매운동 등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해 왔다.
최근 USMCA 협상 과정에서도 미국은 멕시코와는 여러 차례 공식 협상을 진행한 반면 캐나다는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배제해 왔다.
미국은 이달 20∼24일 멕시코와 USMCA 관련 양자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캐나다와도 별도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 협정 탈퇴 가능성을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협정을 더 일찍 종료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USMCA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의 자유무역 체제를 뒷받침해 왔다. 협정 발효 당시 약 1조달러였던 3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1조6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현재는 약 1조9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다만 미국이 최근 펜타닐 유입을 이유로 USMCA 적용 대상이 아닌 일부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협정의 실효성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연장 거부로 북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