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페미’와 ‘남미새’ 사이…여성들의 속마음은?[북적book적]

신간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
이성애자 여성들의 고민 이야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나도 알아. 너무 쪽팔려. 머리로는 아는데 안 해야 하는 거 아는데 너무 많이 배웠는데 충분히 혼자 있을 수도 있는데도 혼자가 싫어. 그게 너무 쪽팔려. 말 안 해줘도 이런 내가 나는 이미 너무 충분히 싫어.”

우리 사회의 혼인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뉴스 속에 미디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결혼을 넘어 연애까지 기피하는 ‘비연애’ 선언도 흔하다. 여자를 놓지 못하는 남자는 ‘여미새’라고 공격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온라인 너머의 현실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가 이렇게 많은데 내 남자는 어디 있냐”며 한탄한다. 연애 프로그램은 대리만족을 제공하며 인기를 끈다. 많은 남성 중 누구에게도 끌리지 않지만 이성에 대한 욕망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는 것이다.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는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라고는 ‘불꽃 페미’와 ‘남미새’뿐인 듯한 세상에서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한 채 헤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6명의 작가는 3편의 소설과 3편의 만화를 통해 남자를 원하는 페미니스트가 맞닥뜨리는 갈등과 욕망하는 여성의 무모한 시도,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 이면의 복잡한 속마음을 풀어낸다.

산호 작가의 만화 ‘사마귀의 사랑’은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성애자 여성이 남성을 원하기에 겪는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을 우화로 풀어낸다.

정도겸 작가의 소설 ‘욕망은 끈적끈적’에는 여성향 헤테로 19금 웹툰의 스토리 작가인 나리가 등장한다. 최근 페미니즘을 알게 돼 슬럼프에 빠진 그는 자신이 욕망하는 사랑,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랑, 이상적으로 여기는 사랑을 일치시키라는 반협박성 요구를 받고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만화 ‘나 이제 여자 만날 거야’에서 정해나 작가는 이성애자 페미니스트의 딜레마를 파고든다. 남자와의 연애에 환멸을 느끼지만 관계가 주는 온기를 갈망하는 여성의 모색을 가감 없이 그린다.

윤이나 작가의 소설 ‘트렌드 러브 리포트’는 MZ세대 연애 트렌드를 보여주면서 현실적인 연애의 민낯을 드러낸다. 관계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가벼운 욕망에 지친 여성들에게 이성애자 여성의 삶을 지탱하는 존재는 연애 대상만이 아니라는 위로를 건넨다.

만화 ‘그 남자 왜 만나’에서는 실키 작가가 이성애적 욕구와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이 치열하게 갈등하는 에밀리의 시선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품은 사람들을 아우른다.

민지형 작가는 소설 ‘남자에 미쳐서 커리어를 망치지 않는 법’에서 여성의 욕망이 남성의 욕망에 비해 얼마나 폄하되는지, 우리 사회가 욕망하는 여성을 얼마나 억눌러 왔는지 폭로한다.

‘이성애 비관주의’ 시대라는 말도 있지만 여성이 남성과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죄책감을 가질 일은 아니다. ‘남미새’와 ‘페미니스트’ 사이에는 그저 자연스러운 고민을 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이성애자인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더 많은 사람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정해나·정도겸·산호·윤이나·실키·민지형 지음/라우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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