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접근금지 비웃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법무부-경찰 재발방지책 내놨다 [세상&]

6일부터 ‘고위험 대상자 협력 대응 방안’ 시행
‘피해자 접근금지’ 받은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관련
법무부-경찰 간 정보공유…피해자 접근시 함께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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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법무부와 경찰이 정보 공유 등 협력을 통해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대상자에 대한 감시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3월 경기 남양주에서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로 과거 교제했던 여성을 스토킹하고 보복 살해한 김훈의 범행을 기관 간 정보 공유 부재로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반영해 마련된 방안이다.

5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경찰 간 고위험 대상자 협력 대응 방안’이 6일부터 시행된다. 특정범죄(성폭행, 살인, 미성년자 유괴, 강도, 스토킹)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대상자가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범죄를 저질러 법원으로부터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경우, 법무부와 경찰이 정보를 공유하고 피해자 보호가 필요한 때에는 보호관찰관과 경찰이 함께 출동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 3월 성폭력 범죄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던 김훈이 스토킹 범죄를 저질러 피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황이었음에도 해당 사실이 법무부와 경찰 간에 공유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알지 못해 발생했던 이른바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부장 박수)는 지난 4월 8일 김훈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특수재물손괴, 공기호부정사용, 부정사용공기호 행사, 자동차 관리법 위반, 전자발찌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훈은 자신을 고소한 전 연인 A씨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지난 3월 14일 오전 8시57분께 A씨 차량 운전석 창문을 전동드릴로 깬 후 A씨를 끌어내 흉기로 살해한 혐의(보복살인, 특수재물손괴) 받는다. 김훈은 A씨의 직장을 위치추적 장치로 파악하고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훈은 범행 이후 오전 9시께 도주하던 중 자신의 발목에 부착돼 있던 전자발찌를 절단한 혐의(전자발찌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는다. 범행 이틀 전인 같은 달 12일부터 14일까지 습득한 자동차(렌터카)에 임시번호판을 임의로 부착하고, 경기도 남양주·구리 일대를 운행한 혐의(공기호부정사용, 부정사용공기호 행사, 자동차 관리법 위반)도 적용됐다.

A씨와 교제하는 사이였던 김훈은 지난해 5월 결별을 요구하는 A씨에게 4주 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A씨는 올해 1월 재차 김훈에게 결별을 요구했고, 2월에는 김훈을 스토킹,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법원은 김훈에게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호(서면 경고)·2호(100m 이내 접근 금지)·3호(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를 내렸다. 이에 앞서 김훈은 지난 2014년 강간치상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고, 법원 명령으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범 김훈. [경기북부경찰청]


전자발찌를 차고 잠정조치까지 받은 김훈의 범행을 막지 못했던 이유가 법무부와 경찰 간의 소통 부재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자감시제도의 실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거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찬 김훈을 관리해 온 법무부는 김훈의 동선이 피해자 A씨 대상 범행 위험과 연관된 신호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경우 전자발찌 부착 사유가 스토킹 사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무부와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4년 1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과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를 받은 사람에 대한 정보는 공유되고 있었지만, 특정범죄로 전자발찌를 부착 중인 대상자가 스토킹 또는 가정폭력으로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기관 간에 정보를 공유하거나 대응하는 절차가 없었다. 스토킹으로 잠정조치를 받은 김훈의 정보는 필수적으로 공유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법무부와 경찰은 이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범죄 전자발찌 대상자가 스토킹 또는 가정폭력 범죄를 추가로 저질러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을 받는 경우, 해당 사실이 양 기관 간에 신속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지난달 23일 시스템 연결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자발찌를 찬 대상자가 피해자에게 접근을 시도하는 즉시 함께 대응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대상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보호관찰관은 가해자에게, 경찰관은 피해자에게 동시 출동하고, 접근금지 위반 시 양 기관이 협력해 가해자를 검거하는 등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양 부처가 머리를 맞대 정보 장벽을 과감히 허물고, 스토킹·가정폭력 피해자를 과거보다 훨씬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제도적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고, 스토킹·가정폭력은 물론 국민이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남양주 살인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가해자의 ‘과거 범죄’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위험 징후’에 집중하는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며 “법무부와의 긴밀한 정보 협력을 통해 접근 단계부터 가해자를 철저히 격리하여 관계성 범죄 위협으로부터 피해자가 안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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