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다음 정부 넘겨야” 지적
국방장관 ‘국군사관학교’ 발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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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규백 국방부장관[연합] |
[헤럴드경제=윤호·전현건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방부가 추진 중인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과 국군사관학교 창설 구상과 관련해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자칫 각군 전문성과 궁극적으로 군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비역 장성 출신 인사들은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고, 통합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군사관학교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그에 맞춰 명분을 붙이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육사 52기인 송방원 건국대학교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6일 “통합의 본질은 육사·계엄·내란의 역사에 대한 해체·징벌적 성격”이라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2018년 계엄문건 파동 및 12·3 비상계엄 연루 지휘관 다수가 육사 출신이었다는 점을 언급한 뒤 “계속 계엄을 일으키고 사고를 쳤다는 인식 속에 육사를 겨냥한 조치가 핵심”이라며 “해사·공사는 육사를 바꾸기 위한 곁다리·희생양처럼 따라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육·해·공군 합동성 강화라는 통합 명문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도 나온다. 공사 43기인 정창욱 광운대 미사일전략센터 교수는 “좋은 말이지만 허울에 불과한 당위적 구호”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합동성 보장의 전제는 해당 군의 전문성”이라며 “육·해·공군, 해병대에서 각자 싸우는 공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무기체계와 자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야 합동성이 의미가 있지 아마추어들끼리 모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전쟁을 치른 군사강국들이 각군 사관학교를 비싼 돈을 들여 유지하는 이유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쟁 경험이 많은 군사강국들이 개별 군의 전문성 확보가 승리의 핵심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따라 각 군 사관학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사관학교 통폐합은 전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교수는 국방부가 사관학교 개혁의 근거로 드는 최근 육사 등의 입학 커트라인 하락에 대해서도 “군이라는 직업의 사회적 선호도 하락에 따른 구조적 현상”이라며 “단순히 현행 제도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군 쏠림·군종 선택 왜곡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 선발 후 군종 선택을 허용하면 현실적으로 많은 수험생이 공군, 특히 조종사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육·해군에 필요한 우수 인재가 공군으로 빨려 들어가 국가 차원에서 전장 전체를 고르게 지휘할 인재 풀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전반적인 군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통합이 아니라 육사 이전·지방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논의의 실질 핵심은 육사의 태릉 존치 또는 지방이전 문제라는 것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육사 이전·지방화가 정치·역사·권력 구조와 맞물린 알맹이고, 사관학교 통합·국군사관학교 구상은 포장·프레임”이라고 평가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와 합동성 강화, 자원효율 등 관점에서 통폐합 필요성이 있을 수 있지만 이재명 정부 임기 내 모든 것을 끝내려 하지 말고 최소 2~3년간 정책·여론 형성 및 국민·예비역 설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사 출신 해군 예비역은 “장기적으로 국군 규모가 30만~40만명 수준으로 간다고 가정할 때 통합 운영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며 “현재 육·해·공사 입학 인원(합산 600~700명 수준)을 고려하면 분산된 체제보다는 합동성 제고를 위한 통합교육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예비역은 “정부 임기 내 졸속 추진은 사회적 비용만 늘리고 2028년 총선 이후 추진력이 다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관학교 개혁을 백년대계로 설계해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직접 발표하려던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브리핑 시작 100분 전 돌연 취소했다.
안 장관은 대신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 참석했다. 안 장관은 방산을 주요의제로 다루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도 이 대통령과 동행하는 만큼 국군사관학교 기본계획 발표는 9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국방부가 밀어붙이는 육·해·공사 통합 및 국군사관학교 창설 계획이 장관 탄핵에 불을 붙이면서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기준 안 장관 탄핵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29만명에 육박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에 대한 탄핵소추 청원 중 최다이다. 육사 통폐합 및 지방이전 추진 중단 촉구 청원 역시 12만명을 넘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