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파산땐 우리도 줄도산”…납품업체 4603곳, 벼랑끝 생존 위기 [중기+]

법원,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망연자실
수억원 미정산…직원 감축·대출 연명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인수자를 찾지 못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문이 닫혀있다.[연합뉴스]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홈플러스가 파산 수순에 들어가면 저희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홈플러스에 속옷을 납품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의 대표 A씨는 6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홈플러스 납품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는 이 회사는 올해 초부터 납품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직원 수를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홈플러스로부터 받지 못한 납품대금은 약 6억원, 홈플러스 납품을 위해 생산해 놓은 재고도 7억~8억원어치에 달한다.

A씨는 “7월 회생 여부가 결정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버텼는데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나오면서 협력업체들 사이에 불안감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에 양말 등을 납품하는 B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 업체가 받지 못한 납품대금은 10억원을 웃돈다.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협력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부도가 난 협력업체도 있다”며 “중소기업은 몇억원만 제때 돌지 않아도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라고 말했다.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는 파산 갈림길에 섰다. 그 여파는 협력업체들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 제4부는 홈플러스가 신청한 회생절차에 대해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2주 안에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 항고를 제기하지 못하면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

홈플러스가 실제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협력업체들의 경영난도 급격히 악화할 전망이다. 특히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이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까지 연쇄 부실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에 따르면 상품과 용역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는 모두 4603곳이다. 이 가운데 약 47%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는 수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대금 정산 지연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15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대금 정산 지연 실태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품하고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중소상공인의 미정산 금액이 평균 7억7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는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는 큰돈이다.

미정산 금액이 5억원 이상인 기업은 40.7%,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이 16.7%, 10억원 이상이 24.0%였다. 납품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해 정산이 지연되고 있다는 응답은 98.0%로 나타났다. 사실상 대부분의 응답 기업이 수개월째 납품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홈플러스 임금 체납 피해 근로자에게 대지급금을 주고, 중소 협력업체에는 44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협력업체가 4600여곳에 달하는 만큼 지원 규모만으로는 연쇄 도산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책을 보면서 다음 스텝을 생각해야겠지만, 미정산 금액을 다 정산받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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