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판매 5년 새 154만대→64만대 급감
2030년까지 HEV 15종 출시 계획
현대차그룹도 북미 HEV 경쟁 영향권
![]() |
| 지난 5월 14일 일본 도쿄의 한 혼다 대리점 광고판에 혼다 로고가 걸려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혼다가 전기차(BEV) 중심의 공격적 성장 전략에서 한발 물러서 북미 하이브리드차(HEV) 시장 공세에 나선다. 중국 시장 부진과 미국 친환경차 정책 변화가 겹치면서 전동화 전략의 무게중심을 하이브리드로 옮기는 모습이다. 특히 혼다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했던 중대형 HEV 라인업까지 강화하기로 하면서, 북미 친환경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현대차·기아도 한층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전망이다.
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레거시 업체의 고심, 혼다의 신 경영 방향’에 따르면 혼다는 지난 5월 그동안 내세웠던 공격적인 BEV 중심 전략을 조정하고, 하이브리드 강화와 현지 자원 활용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새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혼다는 앞서 북미 출시를 준비하던 ‘0 SUV’, ‘0 살룬’, ‘아큐라 RSX’ 등 전기차 모델 개발을 취소했다.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전기차 ‘아필라’ 개발 취소에 이어 BEV 관련 손실도 대규모로 반영했다. 2026년 회계연도에 전기차 관련 손실 1조4536억엔(약 13조8000억원)을 반영했고, 연결 영업손익에서 4143억엔(약 4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57년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연간 결산 기준 첫 적자다.
이 같은 글로벌 전략 재편의 여파는 한국 시장에도 미쳤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4월 자동차 사업부문 영업 중단을 결정하고, 올해 12월 말까지 국내 승용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혼다가 전기차 투자 부담과 중국 부진, 북미 중심의 HEV 전략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판매 규모가 적은 한국 승용차 사업도 정리 대상에 오른 셈이다.
혼다가 전기차 전략을 수정한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정책 변화로 지목된다. 미국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 정책이 흔들리면서 전기차 투자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장기 부진을 꼽았다.
![]() |
| 혼다의 미베 도시히로 사장이 지난 5월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6회계연도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혼다는 미국 전기차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여파로 1957년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첫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지프레스·AFP] |
중국 시장은 순수 내연기관차가 위축되고, 하이브리드가 완만히 성장하는 가운데 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신에너지차(NEV)가 빠르게 커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혼다는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HEV, BEV 등 거의 모든 파워트레인에서 부진했다.
실제 혼다의 중국 승용차 신규 등록 기준 판매량은 2021년 154만대에서 지난해 64만3000대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점유율도 7.2%에서 2.7%로 떨어졌다. 반면 토요타는 작년에도 170만8000대를 판매하며 일본계 완성차 업체 중 상대적으로 중국 시장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양사의 차이는 현지화 전략에서 갈렸다. 토요타는 품질·신뢰성·내구성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중국 현지 업체와 개발·공급망 협력을 확대했다.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첨단 기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도 현지 자원을 활용해 선보였다. 반면 혼다는 본사 주도 개발과 자체 품질 기준을 고수하면서 원가 경쟁력과 스마트 기능 측면에서 중국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혼다가 새로 제시한 전략의 중심은 하이브리드다. 혼다는 2027년부터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플랫폼을 적용한 SUV를 시작으로, 2030년 3월까지 하이브리드 15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북미를 우선 시장으로 삼고, 2029년까지 D세그먼트 이상 대형 하이브리드 모델도 북미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북미 HEV 시장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전망이다. 작년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토요타가 110만7988대로 가장 많았고, 혼다 38만727대, 현대차그룹 30만8180대, 포드 20만9909대 순이었다. 혼다가 중대형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면 현대차·기아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북미 친환경차 시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혼다는 개발·생산 방식도 손본다. 개발 비용과 기간, 업무량을 작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 ‘트리플 하프’를 추진하고, 5년 내 생산 효율을 20%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중국에서는 현지 부품·기술을 넘어 파트너사의 플랫폼 활용까지 검토한다.
업계에서는 혼다의 전략 전환이 레거시 완성차 업체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BEV 투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 부진, 미국 정책 변화, 유럽 친환경 정책 속도 조절 등이 겹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일변도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어서다.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대응 역량이 다시 평가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조사실 책임연구원은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이 하이브리드로 수렴하면서 북미 HEV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혼다는 이미 북미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데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했던 중대형 HEV 라인업까지 강화하려 하고 있어 현대차·기아에도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HEV 이후 파워트레인과 SDV, 자율주행 대응 역량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을 다시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