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콩쿨 이후 첫 리사이틀 연 인연
14일 실내악·19일 리사이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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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진과 라하브 샤니가 지휘하는 뮌헨필의 협연 [빈체로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매 공연, 음반마다 음악적 지평을 넓혀온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자신의 데뷔 리사이틀 무대를 가진 롯데콘서트홀의 얼굴이 돼 돌아온다.
“좋은 기억이 많은 공간이에요. 2017년부터 이 공간과 함께 성장해 온 것 같은 느낌이 있어 편안한 공간이기도 해요.”
그에게 롯데콘서트홀은 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성진은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후, 2017년 1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열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처음으로 펼쳤다. 이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부터 단독 리사이틀까지 음악가로서의 역사를 차곡차곡 공유하며 한국에서의 ‘음악적 터전’으로 삼았다.
그 후 약 10년, 이곳의 간판이 된 그는 긴 시간 쌓아온 음악적 진화와 성장의 궤적을 보여줄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난다.
조성진은 7일 헤럴드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만큼 한 번의 공연을 준비하는 것보다 조금 더 긴 시간 내가 고민하는 음악을 보여드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들려줬다.
이번 무대에선 그의 리사이틀은 물론 좀처럼 만나지 못한 그의 실내악도 들을 수 있다. 베를린필, 런던심포니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하며 동료 음악가들과의 관계를 확장해 온 조성진은 자신의 프로그램 안에서 보다 주체적인 서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는 “협연, 연주의 횟수보다 프로그램을 함께 구상하고 악단의 음악가들과 반복적으로 만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과정의 가치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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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의봄 음악축제 준비위원회 제공] |
그러면서 “서로의 생각을 듣고 조율하면서 하나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대 위에서만이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가는 전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체적인 음악 작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성진이 말하는 ‘신뢰의 철학’은 이번 체임버 콘서트의 라인업과 레퍼토리 구성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베를린필 상주 시절 단단한 음악적 유대를 맺은 다이신 카시모토, 벤젤 푹스, 슈테판 도어 등 거장들을 직접 초청해 오직 ‘브람스 실내악’으로만 무대를 채운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완벽한 기술 그 너머의 기준에 따라 편성을 다채롭게 바꾸며 호른 삼중주 E플랫장조, 클라리넷 삼중주 a단조, 피아노 사중주 제1번 g단조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실내악은 서로 간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며 “이번에 함께하는 연주자들은 오래전부터 같이 협연해 왔고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가깝고 편안한 교류를 유지하는 분들”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특히 “기술적인 수준보다 서로 간의 호흡,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서로의 태도 등을 기준으로 음악가를 선정했다”며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더 풍부한 음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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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필하모닉 상주 음악가 조성진과 카라얀 아카데미 학생들이 함께 한 공연/고승희 기자 |
그의 예술적 교류는 화려한 본 무대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최근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차세대 연주자들과 만나 자기 경험을 나누는 시간 역시 현재의 음악 활동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조성진은 “마스터클래스에서 어린 음악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그들의 신선한 시각과 생각에서 오히려 좋은 자극을 받을 때도 많고 무대 밖의 시간도 무대 위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 하나이기에 그 시간도 똑같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클래식계 새 역사를 써온 ‘최초’의 아이콘인 그에게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레퍼토리를 확장하며 미답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지만, 도전에 대한 정의는 지극히 담백하고 유연하다.
“아직 연주하지 못한 좋은 곡들이 많아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이 바뀌듯이, 같은 곡이라도 시간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달라질 수 있기에 특정한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다기보다 그때그때 저의 변화와 흐름에 맞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입니다.”
담담한 목표를 말하면서도 조성진은 뜨거운 여름날 만날 관객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연주자는 관객으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고, 또 다른 목표가 생긴다”며 “더운 여름이지만 잠깐이나마 오셔서 공연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