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심야식당’, 일드 리메이크 고질병 풀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토요일 밤 12시 ‘심야식당’의 문이 열린다. “‘심야식당’은 건드리지 말라”, “떡볶이는 하지 말라”는 댓글을 읽었다는 최대웅 작가의 이야기처럼 마니아가 만만치 않은 ‘괴물 원작’이다. 김승우를 ‘마스터’로 마침내 한국판으로 태어난다.

아베 야로 원작만화로 국내에서도 43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심야식당’은 이미 일본에서 시즌3까지 드라마로 제작됐고, 영화로도 선보였다. 인기의 맛은 달달했다. 신주쿠 골목에 위치한 허름한 밥집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매일밤 12시부터 7시까지 문을 여는 이 곳엔 게이 마담, 야쿠자 두목, 오차즈케 시스터즈 등 독특한 인물군이 포진했다. ‘심야식당’의 주인장인 ‘마스터’ 고바야시 가오루는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며 손님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말수는 적지만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차가워 보이지만 음식 하나로 손님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마스터는 드라마 성공의 일등공신이었다. 

[사진제공=SBS]

SBS에서 방송될 ‘심야식당’은 그간 일본드라마 리메이크 작품들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됐던 몇 가지를 해결하고 나왔다.

지난 2013년 일본 원작의 드라마들이 숱하게 리메이크됐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SBS)를 시작으로 ‘직장의 신’(KBS2), ‘여왕의 교실’(MBC), ‘수상한 가정부’(SBS)까지 등장한 해였다. 지난해엔 막강한 팬층을 거느렸던 ‘노다메 칸타빌레’가 KBS에서 ‘내일도 칸타빌레’라는 제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의 성공 확률은 낮았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마지막 회에서 15.8%(닐슨 코리아·이하 전국 기준)를 기록한 것이 최고치였다. 

[사진제공=SBS]

원작 인기에 힘 입어 기존 팬층을 끌어들이고, 작품성과 흥행성을 담보한 ‘안정성’으로 방송사는 앞다퉈 편성했으나 이 과정에선 적지 않은 문제점이 지목됐다.

▶ 미묘한 정서 차이…‘심야식당’의 한국화 과정=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의 정서적 차이다. 특히 ‘수상한 가정부’의 경우 가장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가족 해체 과정을 담았던 것이 안방 시청자에겐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한국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복제 수준의 리메이크가 문제였다.

‘심야식당’ 제작진이 가장 주안점을 둔 것 역시 이 부분이다.

음식을 통해 상처를 어루만지고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누구나 공감 가능한 보편적 정서이지만, 음식을 통해 뻗어나가는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에는 일본 정서가 깊이 담겼다. ‘심야식당’의 경우 워낙에 높은 인기를 모아 국내팬들은 이들의 정서까지 포용했다.

최대웅 작가는 “일본은 한 그릇으로 해결되는 음식이 많지만 우리의 경우 기본 찬이 있어야 하는 식문화다. 음식이 달라지는 것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한국화가 됐다”고 말했다.

단골손님인 ‘오차즈케 시스터즈’는 때문에 국수 시스터즈로 변신했고, 건달 류가 즐겨먹는 문어 모양 비엔나 소시지는 가래떡에 김을 싸먹는 것으로 달라졌다. 홍윤희 작가는 “‘심야식당’은 요리 하나마다 에피소드가 나오는 드라마다. 각 캐릭터에 맞는 음식을 한국화하는 것이 큰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2회분에는 배우 이영하가 심야식당의 손님으로 출연한다. 원작에선 저명한 요리평론가와 떠돌이 가수의 ‘버터 라이스’ 에피소드로 유명했던 회차다. 당시 떠돌이 가수 고로가 그리워하던 고향 하코다테(홋카이도)는 우도로 장소를 바꿨다. 다만 ‘버터 라이스’는 여전히 생생히 남았다. 홍윤희 작가는 “재창작과 기존 에피소드과 적절히 섞었다”며 “특정 음식이 한 사람의 스토리에 어떻게 융화될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해 대표되는 음식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일본색이 강하게 묻어난 독특한 캐릭터나 현재 우리의 환경에선 보편적인 이해가 힘든 게이 마담의 경우는 아쉽게도 한국판에선 만날 수 없다. 최대웅 작가는“원작에서 소수자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집필 과정에서도 게이 마담이나 스트립걸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자들을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만, 이들 역시 오픈된 공간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 캐릭터를 빼게 됐다”고 말했다.

대신 원작만화에선 등장하지만, 일본드라마에선 ‘연기할 배우가 마땅치 않아’ 등장하지 않았던 ‘뚱녀’ 역을 배우 박준면이 소화한다. 뚱녀 캐릭터는 발레리나를 꿈 꾸다 부상을 당한 뒤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먹방 신’이다. 황인뢰 감독은 “원작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만화같은 캐릭터”라고 말했다.

▶ 국내 최초 30분 에피소드…불필요한 늘이기 ‘아웃’=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의 경우 국내 드라마 환경에 맞춰 제작되다 보니 불필요한 스토리가 더해졌다. 일본의 경우 40분 분량의 10부작 드라마가 대체적인 데에 반해 국내 드라마는 70분 분량의 16부작이 기본이다 보니, 일드 리메이크작의 경우 무리한 분량 확장으로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작 자율성이 확보되지 못한 탓이다.

‘심야식당’ 한국판의 경우 회당 30분 에피소드로 2회 연속 방영을 결정하는 것으로 60분을 맞췄다. 일일드라마가 아니고선 국내 안방 드라마의 파격적인 시도다.

최대웅 작가는 ”황인뢰 감독이 원작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원작을 접한 뒤 이 드라마는 30분 분량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당초 ”1시간 분량으로도 드라마 대본을 써봤는데, 막장에 삼각관계까지 다 들어갈 듯 했다“며 ”원작 드라마의 한국화 과정에서 분량을 늘리다 보면 (드라마) 내용이 늘어지고 격해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심야식당’의 맛이 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리 대본 작업을 해뒀던 것이 제작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30분 분량이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홍윤희 작가 역시 ”일본드라마도 마찬가지이지만, ‘심야식당’은 소소하고 잔잔한 전개가 주를 이루는데, 60분 분량이라면 호흡이 루즈해보일 수 있다“며 ”에피소드가 짧게 전달되기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첫 방송은 오는 4일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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