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승 기자의 대중 교통 이용기

어느 신문 기자의 대중 교통 이용기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힘든 하루 일을 겨우 마치고 퇴근길에 오른 그날, 마침 비마저 부슬부슬 내려 고속도로는 그 뜻과는 달리 저속 도로로 변해버렸다. 꽉 막힌 도로에서 수십분을 허비하고 나니 불평할 기운마저 방전돼 버렸다. 지난 10년 가까이 거의 매일 그래왔다. 아침과 저녁 보통 3시간 많게는 4시간 이상을 그놈의 ‘통근’을 위해 소비해 왔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운전대 앞에 낀 스트레스로 피로는 쌓일대로 쌓였고 수시로 오르는 기름값과 차량관리비에 돈도 어지간히 썼다. 아마 그 돈만 다 모았으면 뭐를 사도 샀을 것이다.

그때였을까. 바로 옆 카풀 레인을 ‘쌩’하고 지나가는 버스 한대가 눈에 들어왔다. 왜일까? 그날만큼은 그 버스가 눈에 쏙 들어왔다. 왠지 눈에 익는다 싶어 가만 생각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가끔씩 집 앞을 지나던 바로 그 ‘파란 버스’였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앞 유리창에 ’757′이란 번호를 새긴 그 버스는 카풀레인을 따라 어느새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버스 번호를 입으로 외면서 스마트 폰 검색창을 켰다. 버스 앞에 새겨진 ’757′은 샌타클라리타 시가 운영하는 시영 버스로 샌타클라리타 일대와 노스 할리우드를 오가는 시외 버스 서비스였다.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보니 집 인근 버스 정류장(맥빈 트랜짓 센터)에서 레드라인 지하철 역(노스 할리우드)사이를 왕복하는 노선이 눈에 들어왔다. 좀더 검색해 보니 757의 종점인 레드라인(노스 할리우드)은 지하철로 직장이 위치한 한인타운을 단 20분에 연결하고 있었다. 지하철 역에서 회사까지 도보로 5분 정도이니 시간만 잘 맞추면 통근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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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버스를 운행하는 샌타클라리타 트랜짓에 전화를 걸었다. 버스 비용은 1회 2.50달러로 생각보다 크게 저렴했고 55센트만 더 내면 1.50달러 하는 지하철도 그냥 탈 수 있었다. 운행 시간도 출퇴근 시간에 잘 맞았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버스정거장에 무료 주차시설이 구비돼 있어 하루 종일 주차가 가능했다. 버스 비용도 지하철 이용시 필요한 탭 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다. 특히 돌아올 때는 35센트 티켓을 구입하면 1.50달러에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알게됐다. 아침에 버스 정류장에 차를 대 놓고 출근 한 다음 퇴근 후 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쉽게 그려졌다.

그날이 금요일이었던 탓에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이용해보기로 결정하고 탭 카드만 구입해 25달러를 충전했다. 월요일 아침 7시55분 경에 버스에 올랐다. 우선 운전을 안해도 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버스를 둘러보니 모자란 잠을 자거나, 책을 읽고 혹은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으로 동영상(음악)을 보는 사람도 많았다. 너무도 절실했던 여가 시간을 보충할 기회가 생겼다. 시간도 혼자 운전할 때보다 적게 걸려 8시40분 경에 지하철 역에 내렸다. 특히 교통 정체가 가장 심한 170번 버뱅크 인근부터 한인타운 지역을 지체 없이 지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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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들어가보니 8시50분에 한인타운으로 향하는 레드라인이 출발했다. 한인타운 버몬트 역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0분. 5분 가량 걸어서 직장에 도착하니 출근 시간인 9시30분 보다 15분 일찍 회사에 들어섰다. 매일 허겁지겁 뛰어들어와 숨을 고르거나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한결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후 몇달이 흐른 지금까지 출퇴근시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 단점도 상당히 찾아냈지만 장점이 더 뚜렷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미 언급한 시간 매니지먼트 문제는 물론 비용적으로도 장점이 많다. 집에서 직장까지는 대략 32마일 가량 되는데 하루로 치면 왕복 64마일이다. 이는 개스를 가득 채우고도 5일 정도면 탱크가 빈다는 얘기다.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면 하루 6.40달러가 든다. 일주일 동안 32달러인 셈임데 개스를 가득 채우는 것보다 20달러 이상 저렴하다. 한달이면 80달러가 절약되고 1년에 960달러를 아끼게 된다. 또 쌓이는 마일리지, 엔진오일 교환비, 타이어 교체비, 세차비, 보험료, 중고차 가치 감소, 그리고 사고 위험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아끼는 비용은 훨씬 크다. 더구나 요즘은 운행 거리가 짧을 수록 보험비를 낮추는 조항이 있어 더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가장 큰 단점은 운행 시간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일단 버스는 고속도로나 로컬 사정상 반드시 정시에 출발,도착 한다고 볼 수 없다. 즉 매일 정확한 시간에 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정된 오전 7시54분에 버스가 오지 않을 수 있다. 어쩔 때는 30분 이상 늦어지기도 한다. 또 다른 단점은 운행 마감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며 운행 횟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그나마 막차 운행 시간을 밤 10시로 늘렸는데 지난해 말만 해도 밤 9시면 막차가 끊겼다. 회식 등이 잦은 직장인은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또 버스를 한번 놓치면 적어도 30분이상 기다려야 한다. 만일 비라도 오거나 날씨가 생각보다 덥거나 추우면 고역을 치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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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승 기자/헤럴드경제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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