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영종학부모연대가 주최한 영종 국제학교(킹스칼리지스쿨) 유치 주민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영종국제도시 골든테라시티(구 미단시티) 내 국제학교 설립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적극 유치하겠다고 직접 나섰다. 영종 지역사회에 글로벌 교육특구를 위한 명문 국제학교 유치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영종학부모연대와 IFEZ글로벌시민추진위원회 영종지구 등을 포함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가 중심이 된 영종 주민들은 영국 랭킹 1위, IB스쿨 세계 5위인 킹스 칼리지 스쿨(King's College School, 이하 킹스)이 지금까지 가장 우수한 명문학교로 의견을 모으고 킹스 유치를 위한 학부모 서명운동, 홍보 현수막 제작 등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장 관망에 불만… 영종 주민들 유치 직접 나서
주민들의 본격 나선 국제학교 유치 운동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공모 타령으로 2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상황을 이제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이유이다. 여기에 국제학교 유치에 관망만하고 있는 인천시의 무관심도 불만의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주민들은 글로벌시대를 대비해 아이들 교육은 물론 영종이 퀄리티 높은 교육특구로 발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제학교 설립이 그 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명성 있는 우수한 명문 국제학교가 설립돼야 글로벌교육은 물론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20년이 지난 현재 송도국제도시보다 개발이 10년, 20년 뒤쳐진 영종은 이제 첫 국제학교 유치로 인해 격상된 국제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따라서 국제학교 유치는 앵커시설의 역할을 해서 그 지역의 도시 인프라를 구축해 퀄리티 높은 글로벌한 국제도시로 발전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 유치로 개발되는 경제자유구역 내에 가장 먼저 선행되고 있는 것이 교육 문제 해결로, 국제학교 유치·설립을 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수한 국제학교 유치는 세계적 기업 유치 위한 필수 요건
일찍이 김진용 전 인천경제청장은 지난 5대 청장 퇴임사에서 “우수한 국제학교를 유치하는 일은 세계적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며 “해외 기업들을 유치해 올 때 그들이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자녀들의 교육환경”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이동환 고양시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앞두고 이미 싱가포르와 미국을 방문해 국제학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만큼 국제학교 유치가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깊은 의미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022년 시장 선거 당시 공약 1호로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를 내걸어 당선됐다.
뉴홍콩시티는 영종도와 강화도 남단 등에 세계적인 기업과 국제기구를 유치해 초일류 도시로 만드는 사업으로 주민들의 기대감은 매우 크다.
구체적으로 2020년 중국정부가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홍콩기업과 외국투자자들의 이탈이 시작되자, 홍콩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영종에 이전·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뉴홍콩시티’와 ‘국제학교’는 필수 불가분의 관계
유정복 시장은 시장 당선 보도자료를 통해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는 영종을 새로운 글로벌도시로 발전시키는 민선 8기 역점사업으로 앵커시설 유치 등 마중물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유 시장은 시장 후보시절 2022년 5월 영종 주민들과 세계적인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협약서로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종 국제학교 유치 협약은 공허에 불과한 것 같다. 인천경제청의 일방적인 개발업자 주도로 국제학교를 선정하는 공모방식만을 고수해 주민들과의 논란만 이어가고 있는 지지부진한 상황을 그저 관망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학교와 뉴홍콩시티는 서로 나눌 수 없는 필수 불가분의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유 시장은 뉴홍콩시티 구현을 위해 교육인프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실제로 인천경제청은 영종 국제학교를 유치하겠다면서 ‘멀쩡한 학교부지를 축소하고 개발업자를 뽑는 공모를 하겠다’는 방침에 주민들의 반발로 몇 차례 무산돼 오다가 최근 김진용 경제청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상황에서 국제학교 유치에 대해 유 시장은 이렇다할 아무런 조치가 없다.
이같은 이유들로 인해 영종 주민들이 국제학교 유치에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영종 주민들은 유 시장의 공약을 믿지 못하고 인천경제청장 또한 공석이어서 영종 국제학교 유치가 한 없이 지연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직접 유치전에 나서게 됐다.
영종 주민들은 ▷영종의 위상을 드높여 줄 수 있는 세계적인 명문 국제학교 ▷경쟁력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기존 학교부지(3필지 약 3만평)에 설립을 희망하는 국제학교 ▷영종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해 갈 수 있는 국제학교 등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학교들을 비교해 본 결과, 영국 킹스를 유치하기로 결의했다.
영종, 개발 20년 이상 뒤쳐져… 인근 고양시와의 FEZ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IFEZ는 송도, 청라, 영종으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앞으로 대규모 고용창출이 수반된 외국 투자기업을 유치할 만한 곳은 면적이 넓은 영종이 가장 유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영종에서 가까운 고양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부상함에 따라 인천은 이제 안심하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양시는 2022년 10월 일산 킨텍스 주변으로 26.7㎢(약 807만평)에 이르는 지역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신청했고 올해 정부로부터 최종 지정 결정만 남겨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동환 고양시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시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제일 먼저 주재원 가족 교육인프라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국제학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작년 12월 고양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내 6개의 국제학교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12월 7일과 올해 1월 5일에 싱가포르와 미국을 각각 방문해 국제학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왔다.
이처럼 고양시는 인천시와 대조적으로 경제자유구역에 국내외 기업유치와 국제도시 조성을 위해 국제학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해외 투자기업을 유치해 올 때마다 영종은 고양시와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앞날이 자명해 보인다.
영종 주민들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영종이 송도보다 20년 뒤쳐져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서울과 인접해 입지가 우수한 고양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고 영종이 외국 투자유치 경쟁에서 마저 밀리면 국제도시 조성에 수십년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인천시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유 시장은 영종도를 국제도시화 하겠다며 뉴홍콩시티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세계적 명문 국제학교 유치를 주민들과 약속했으면서도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이행의지를 찾아 볼 수 없다.
홍콩 기업이든지, 어느 기업이든지 영종에 유치해 오려면 국제학교, 종합병원 등 외국인 정주여건부터 마련해 놓아야 하는데 국제학교 유치 문제로 논란이 거듭되는데도 유 시장은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경제청이 학교를 뽑지 않고 개발업자 뽑겠다는 공모 논란에 주민들 불만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 오랜 시간 허비하고 있는데 가운데 뉴홍콩시티와 불가분의 관계인 국제학교 문제를 과연 유 시장이 계속 방관만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주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시장이 영종 발전 위해 공약이행에 나서야 할 때
영종 주민들은 유 시장이 뉴홍콩시티 공약실현이 요원해졌다해서 외국인 투자유치 활동에 추동력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양시와의 교육인프라 조성에 뒤쳐져서는 더욱 안 된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청장 공석일 때 더 확신을 줄 수 있도록 유 시장이 직접 나서 국제학교를 조속히 유치해야 한다.
송도는 2023년 6월 김진용 전 청장이 홍콩에 가서 양해각서를 체결해 해로우스쿨을 유치해 왔다.
경제청은 해로우스쿨 유치 이후 11월에 해로우스쿨 부지를 토지 소유주인 NSIC와 인천도시공사로의 이전 문제를 협의했고 지금도 토지, 건축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이 송도는 공모도 없었고 개발업자를 뽑지도 않았다. 토지, 건축 재원 문제가 전혀 준비된 게 없었음에도 경제청장이 해외로 가서 간단히 양해각서를 체결해 국제학교를 유치해 온 것이다.
경제청은 투자유치기업 주재원 정주여건만 마련되면 된다고 보고 외국인이 입학할 수 있는 아무 국제학교나 세우려고 할 수 있겠지만 영종 주민들의 요구하는 바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영종지역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인데 명문학교가 들어오길 바라는게 당연하다. 영종에 하늘고,국제고, 과학고에 이어 명문 국제학교까지 들어와서 영종이 명품 글로벌 교육도시로 면모를 갖추어 가길 바라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유 시장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수준 높은 명문 국제학교 유치를 즉각 이행해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동시에 뉴홍콩시티 마중물 사업이 되길 바란다. 이는 유 시장의 핵심 공약을 기대하고 지지한 영종 주민들의 민심에 부응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