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AF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
세계적인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이터통신, CNN,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1984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두로프는 네 살 때 가족이 이탈리아로 이주했으나 그의 아버지가 상트페테르대학교에 취직하면서 다시 러시아로 돌아갔다. 두로프 본인 역시 상트페테르대학교에 진학했다.
두로프는 2006년 러시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프콘탁테(VKontakte·VK)를 설립하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에 비견되는 정보기술(IT) 업계 혜성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4년 VK의 야당 커뮤니티를 폐쇄하고, 앱 사용자의 암호화된 데이터를 제공하라는 러시아 정부 요구에 불응한 뒤 VK 지분을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이에 대해 두로프는 VK에서 해고됐다고 말한 반면, VK는 두로프가 이전에 제출한 사직서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후 2013년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창업했다. 텔레그램은 올해 초 사용자 9억명을 넘긴 후 1년 안에 10억 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며 세계적인 SNS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테크 거물이 된 두로프는 텔레그램을 만든 이후 “정부 당국자를 포함한 제3자에게 단 1바이트(byte·컴퓨터가 처리하는 정보의 기본 단위)의 이용자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2015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4월 미국 정치평론가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 “나에게 그것은 결코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자유로워지는 것이었다”며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한, 제 인생의 사명은 다른 사람들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플랫폼을 사용해 그들이 자유를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실제로 텔레그램은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으로 검열이 만연한 일부 지역에서 중요한 정보원이 됐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구소련 국가, 홍콩, 이란, 벨라루스 등에서 반정부 민주화 운동 세력의 소통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앱을 “전쟁을 위한 가상의 전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동 학대 등 유해 콘텐츠와 테러, 극단주의 콘텐츠, 가짜뉴스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텔레그램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보안 및 데이터 침해 우려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 5월 유럽연합(EU) 기술 규제 당국은 EU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텔레그램에 대한 단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된 것도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 때문으로 전해졌다.
구금된 두로프는 “숨길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BBC는 보도했다.
텔레그램은 성명을 통해 DSA를 포함한 EU 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또는 플랫폼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남용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10억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을 의사소통 수단이자 중요한 정보 출처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사태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두로프는 러시아를 떠난 후 독일, 영국, 싱가포르, 미국 등 다양한 국가로 집과 회사를 옮겨 다녔다. 2021년 프랑스 시민권을 얻었으나 현재는 두바이에 살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시민권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두로프의 순자산은 25일 현재 155억달러(약 20조5400억원)로,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서 120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