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지 코르티나 경기장에 공식로고 ‘푸투라’ 없는 이유[2026 동계올림픽]

로고 사용에만 80~120억원
인구 6000명 산악 도시의 부담
화려함 대신 ‘실용·지속가능’한 올림픽 택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공식 엠블럼 ‘푸투라’.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공식 엠블럼은 이탈리아어로 ‘미래’를 뜻하는 ‘푸투라(Futura)’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된 이 엠블럼은 ‘다음 세대를 위한 올림픽’이라는 대회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

개최 연도이자 개막일의 숫자 26을 단일 선으로 형상화한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눈 위에 손으로 그린 듯한 질감은 인간이 자연에 남기는 흔적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흰색 바탕에 은회색을 사용해 스포츠를 통한 화합과 미래를 향한 역동성도 표현했다.

그런데 정작 ▷알파인 스키 ▷봅슬레이 ▷스켈레톤 ▷컬링 등 주요 경기가 열리는 코르티나담페초 현장에서는 이 공식 로고를 찾아보기 어렵다. ‘돌로미티의 여왕’으로 불리는 코르티나는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내가 본 곳 중 가장 사랑스럽다”고 극찬했을 만큼 상징성이 큰 도시다. 1956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뒤 70년 만에 두 번째 올림픽을 맞았지만 이번에는 엠블럼 노출을 최소화했다.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코르티나 시에 따르면 공식 로고 ‘푸투라’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데 드는 라이선스·마케팅 비용은 500만~700만 유로, 한화로 약 80억~120억 원에 달한다. 인구 6000여 명의 작은 산악 도시인 코르티나는 이미 올림픽을 준비하며 도로·경기장·숙박 등 인프라와 기본적인 마케팅에 수백만 달러를 투입한 상태다. 추가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로고를 도심과 경기장 전반에 배치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컸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공식 엠블럼이 그려진 과자의 모습. [게티이미지]

코르티나는 대신 ‘실용적 선택’을 택했다. 무리한 상업적 연출보다 도시 고유의 풍경과 공동체 분위기를 살리는 데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대형 배너와 로고로 공간을 채우기보다 돌로미티산맥의 자연경관과 기존 마을 구조를 그대로 활용해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판단이다.

코르티나 시장은 “공식 로고의 부재가 올림픽에서 코르티나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도시 중심의 올림픽과는 다른 방식으로, 선수단과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올림픽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르티나에서는 선수들이 마을 카페와 산책로에서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푸투라’가 말하는 미래는 거대한 구조물이나 로고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지역 공존이라는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공식 엠블럼이 없는 경기장 풍경은 이례적이지만 코르티나의 선택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지향하는 또 다른 메시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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