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이란 드론공격에 시설 피해
‘민간인의 생존 위협’ 비난 여론에
미국·UAE “우리가 안했다” 부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되면서 이란과 바레인에서 식수 공급의 핵심 시설인 해수 담수화 시설들이 잇따라 공격을 받았다. 사막 기후인 중동 국가들의 담수화 시설에 대한 공격은 민간인의 ‘생명줄’인 식수를 옥죄는 것이란 비판이 가중되는 가운데, 전쟁 표적이 민간 시설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아 전날 미국이 자국 키슘섬의 담수 시설을 공격, 30개 마을의 식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이런 선례를 만든 것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란 담수화 시설 공격에 대해 미국이 아닌 아랍에미리트(UAE)가 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디오트아흐로노트는 같은 날 UAE가 이란의 담수화 시설을 노려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걸프 국가 내 미군 기지에 이어 공항, 호텔, 에너지 생산 시설 등을 폭격하는데 대한 보복 조치이자 경고성 메시지로 이번 공습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예디오트아흐로노트는 “이란의 공격이 확대된다면 UAE가 제한적인 규모라도 (이란에 대한) 공세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 중부사령부는 해당 공격에 미군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UAE도 준입법기관 연방평의회(FNC) 국방·내무·외무위원장인 알리 라시드 알누아이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알누아이미는 담수화 시설 공격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우리가 뭔가를 한다면 이를 발표할 용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인과 이란 정권을 동일시하지 않는다”며 “이란인은 정권의 진정한 희생자이며 그 정권의 정책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썼다. 이란 정권에 대한 보복 내지는 경고를 하더라도, 민간 시설을 타격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란은 자국 담수화 시설 공격 주체를 바레인의 주파이르 기지에 주둔한 미군으로 지목하고 보복으로 8일 바레인 담수화 시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습했다. 바레인 정부는 이란의 드론이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란이 민간 시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레인 정부는 이번 공격이 식수 공급이나 수도망 운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수화 시설에 대한 타격을 두고 전쟁이 민간인의 생존을 담보로 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막 기후인 걸프 국가에서는 해수를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시설이 없으면 대도시에서 생활이 불가능하다. 걸프 지역 내 1억명의 생명이 달린 핵심 기반 시설인 셈이다. 특히 이란은 최근 몇 년간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려왔다. 바레인도 식수 대부분을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와세다대의 중동 전문가 압둘라 바부드는 “바레인의 담수화 시설을 겨냥하는 것은 중요한 선을 넘는 행위로, 심각한 긴장 고조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걸프 지역의 담수화 시설은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수백만 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생명선”이라며 “이에 대한 공격은 군사 대립을 민간인 생존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바꿀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지역 담수화 시설이 전쟁의 표적이 될 경우 중동 도시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2008년 주사우디아라비아 미 대사관의 외교 전문에 따르면, 당시 수도 리야드 식수의 90% 이상이 단일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었다. 전문에서는 해당 시설이나 송수관, 전력 설비가 심각하게 파괴될 경우 리야드는 일주일 내에 도시를 비워야 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후 사우디 정부는 물 저장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해, 단일 시설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다. 그러나 동시에 도시가 급성장하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늘면서 식수 공급을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는 구조는 가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