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률 4.1%…주요국 최고
석유화학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중동리스크로 물가·성장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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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중동사태’ 발발 이후 한국의 달러 대비 환율 상승률과 주가 하락폭이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사태 장기화 등에 경제 위기가 닥칠 경우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하고, 석유화학 등 취약 업종의 부실 채권 비율이 세배 넘게 치솟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관련기사 8면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3월)’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월 말 중동사태가 발발한 이후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확산에 따른 달러화 강세 등에 주요국들보다 크게 상승했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의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 변동률을 보면 중동사태가 터지기 직전 영업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9영업일 뒤 한국의 환율 상승률은 4.1%에 달했다. 영국(1%), 유로지역(2.6%), 일본(2.1%)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0.3%), 말레이시아(0.9%), 대만(2%), 브라질(2.4%) 등 주요 신흥국들과 비교해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주가 하락폭도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의 주가는 같은 기간 12.1% 하락했는데, 미국은 3%, 영국과 독일은 각각 5.2%, 0.8%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일본은 7.5% 하락했다. 이처럼 다른 주요국들보다 한국 시장이 유독 크게 흔들린 것은 중동지역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7%에 달하는 데다,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더 나아가 중동상황이 장기화하면 국내 경제에 연쇄적으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원가 부담이 늘어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이는 곧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악화와 회사채 차환 리스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종은 중동 지역에 대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물량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으로 원가 상승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재무건전성 저하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경고다.
석유화학·철강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업종 간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질 우려가 있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석유화학·철강 업종의 국내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3분기 0.57%에서 오는 2027년 4분기 1.8%로 세배 넘게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그 외 업종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7%에서 1.37%로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은행의 전체 여신 중 상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여신의 비중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이번 금융안정 상황점검을 주관한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현재 우리 경제는 중동 리스크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물가의 상방위험과 성장의 하방위험이 모두 높아진 복합적인 도전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 준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취약부문의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이에 따른 부실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대외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및 유동성 대응능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