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군이 왜 화장 안 하냐” 성희롱 행보관, 정직 1개월 정당 [세상&]

수차례 성희롱 발언 반복…정직 1개월 처분
징계 처분에 불복 소송 “선배로서 조언한 것일 뿐”
법원서 기각…“성희롱 맞아…엄히 징계해야”


“여군이 왜 화장을 안 하고 다니냐. 꾸며야 중대 분위기가 부드러워 보인다.”
“군대에서 잘 보일 남자가 없어서 그러냐. 쌩얼은 너무 하지 않냐”
“살을 빼야 남자들이 좋아한다. 꾸미고 다녀야 한다”

-여군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반복해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행정보급관 A씨의 발언-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여군들에게 “왜 화장을 안 하냐”, “살을 빼야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육군 행정보급관에게 정직 1개월 징계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A씨가 피해자들에게 성희롱 행위를 한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며 “엄히 징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법 행정1부(부장 김병철)는 A씨가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12일 A씨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 비용도 A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육군 조사 결과 A씨는 여군들에게 9차례에 걸쳐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회식자리에서 “화장을 하라”는 취지로 발언했을 뿐 아니라 “요리를 열심히 배워야 집안 살림할 때 남자 밥 차려준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

자리에 있던 다른 군인들이 “행보관님 이러시면 안 된다”, “신고 당한다”는 취지로 A씨를 만류했지만 그는 지난 2024년 8월부터 9월까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취사장에서 여군에게 “넌 밥을 조금만 먹어라”고 하거나, 연예인 포스터를 가리키며 “연예인도 화장 하는데 너흰 왜 안 하냐”고 한 적도 있었다.

징계 처분에 대해 A씨는 불복했다. 징계항고심의위원회에서 항고가 기각되자 지난 2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결혼 생활의 선배로서 조언을 한 것일 뿐”이라며 “일부 발언은 한 적이 없거나,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단순히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성희롱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씨의 발언은 피해자들에 대한 성희롱 행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공개된 장소에서 여성인 피해자들의 외모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발언을 상당 기간 수차례 했다”며 “발언의 정도가 가볍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군대조직의 특성상 피해자들의 상급자인 A씨의 발언에 위축될 수 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여러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했을 때 “피해자들의 신고 경위가 자연스럽다”며 “피해자들이 자신이 겪지도 않은 사실을 허위로 진술해 A씨를 무고했다고 볼만한 뚜렷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추행은 성적 불쾌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로서 행위자의 주관적인 성욕의 자극·만족 등이 없더라도 성립할 수 있다”며 “동료가 있는 상황에서 외모에 관한 발언을 수차례 반복하는 것은 성적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징계 양정(정도)도 과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규율이 뚜렷한 군대 조직의 특성상 성희롱은 복무 여건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것으로서 엄히 징계할 필요가 있다”며 “기강 확립이라는 공익이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A씨가 지난 1일 항소해 2심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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