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청구에 멍드는 ‘간병인보험’

약관 개정에도 간병인보험 부당 청구
가족, 외부간병인 위장해 150만원 수령
당국, 지급방식 손질…전면 개편 검토



우리나라가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하루 10만 원대 수준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간병인보험이 보험금 부당청구하는 문제가 기승을 부리면서 ‘제2의 실손보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간병인보험의 약관을 한 차례 강화했는데도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금융당국이 간병인보험의 전면 개편까지 열어두고 손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보험업계 및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간병인보험이 주류를 차지하는 치매·장기간병보험의 신규 가입 보험료(초회보험료)는 2023년 700억 3000만 원에서 지난해 1435억 9000만 원으로 2년 새 2배 넘게 급증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이 단숨에 커졌지만, 일부 가입자와 업체의 부당청구가 이어지면서 보장 축소나 보험료 인상 등 성실한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위기에 처했다.

부당청구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허술한 상품 구조에 있다. 현재 가장 흔히 쓰이는 ‘간병인 사용 일당’ 상품은 실제 쓴 비용과 상관없이 입원만 하면 정해진 금액을 그대로 지급한다.

이 때문에 단순 통증이나 염좌 등 경증 질환임에도 무리하게 입원해 간병인을 신청하는 과잉 청구가 빈번하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자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간병인을 쓰다 보니, 정작 돌봄이 꼭 필요한 중증 환자보다 경증 환자가 간병인을 더 많이 쓰는 주객전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가족이 간병업체에 간병인으로 이름만 올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대표적인이다. 가족이 직접 돌봐 실제로는 돈이 오가지 않았는데, 서류상으로만 간병인을 쓴 것처럼 꾸며 보험금만 타는 식이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끼리 서로의 간병인으로 등록해 보험금을 나눠 받거나, 아이가 가벼운 병으로 입원했을 때 부모가 간병인으로 등록해 청구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실제 부산의 한 병원에서는 환자가 간병업체와 짜고, 가족에게 돌봄을 받고도 외부 간병인을 쓴 것처럼 서류를 꾸며 15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 간병인이 아니어도 간병인 중개 플랫폼에 등록한 일반인이면 누구나 간병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나 근무일지 같은 서류도 간병업체가 대신 만들어 주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2024년 11월 약관을 손질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간병인의 범위를 직업소개 등록 업체 소속으로 좁히고, 중개 플랫폼을 통한 간병인도 인정 대상에 포함해 기준을 명확히 했다. 동시에 보험금 지급 사유를 제한하고, 간병인사용계약서와 근무일지 등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근무일지를 쓰지 않는 간병업체도 많아, 이걸 내라고 한 개정 내용 자체는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류 요건을 더해도 그 서류 자체를 업체가 만들어 주는 구조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에 간병인보험에 현금을 주는 사용 보험 말고도, 보험사가 직접 간병인을 보내 주는 지원 보험도 있다. 보험사가 요양보호사를 파견하고, 그마저 어려우면 가입자가 실제 쓴 비용만큼만 돌려주는 방식이다. 손해율도 현금을 주는 방식보다 낮은 편이다.

다만 보험사가 지역마다 간병인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하는 부담이 있어, 이 상품을 아예 운용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금융당국과 국회가 약관을 넘어 상품 구조와 지급 방식까지 들여다보기로 한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보험금은 되도록 덜 주고 싶어 한다”며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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