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우울한 초상,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마이너스 성장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실물경제의 신음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가정주부는 돈 쓰기보다 빚 갚기에 바쁘다. 얼핏 바람직한 현상처럼 보이지만 국가경제로 봤을 때는 ‘소비→생산→고용→소비’의 선순환이 무너지는 적신호에 다름아니다.  

또 일자리를 잃어 새롭게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 수는 줄잡아 57만명에 달한다. 이 역시 26년 만에 처음으로 몰아닥친 최악의 고용한파다.

중산ㆍ서민층의 살림살이가 이처럼 팍팍해지면서 자신이 다니는 회사 안의 물건을 훔치거나 사기행각을 일삼는 등 미국사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불황 세태가 등장하고 있다.

▶소비는 엄두도 못내=미국의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 11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한 3/4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올해 7~9월 미국의 가계 부문 부채 잔액은 13조9100억달러로 전분기보다 0.8% 감소했다. 미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5~2006년 분기별로 두자릿수를 유지해 왔으나 올해 1/4분기 3.2%, 2/4분기 0.6%로 둔화된 후 3/4분기 마침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10월 절정에 달했고, 11월과 12월 미국 내 주요 금융업체와 대기업이 본격적인 감원에 나선 점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의 조정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조정 현상은 궁극적으로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지출의 위축이 수반된다. 실제로 미국의 3/4분기 소비지출은 3.1%나 감소했는데, 이는 1980년 이후 최대치다.

▶사라지는 일자리=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실업수당 창구가 그 어느 때보다 붐빈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57만3000명으로 전주 수정치 51만5000명에 비해 6만명 가까이 늘었다고 미 노동부가 11일 발표했다. 이는 1982년 11월 이후 26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더군다나 일자리 사정은 내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는 11일 발표한 4분기 ‘앤더슨 포어캐스트’ 보고서에서 “내년 미국에서 2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실업률이 올 10월 6.5% 수준에서 내년 말 또는 2010년 초 8.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불황 세태=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직원의 사내 절도와 횡령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도했다.

WSJ은 기업생산성연구소가 지난달 392개 미국 기업의 임원과 관리직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18%가 최근 직원의 사내 자금 횡령이 늘었다고 답했고, 사무집기나 제품 등 물품 절도가 늘었다는 응답도 24%에 달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 소재 사내절도예방서비스 업체인 잭 헤이네스 인터내셔널의 마크 도일 사장은 “직원은 회사의 시스템과 통제, 취약점 등을 잘 알고 있는데다 적당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기 때문에 사내 절도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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