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극으로 성격이 착해진다?…뇌연구 통해 드러난 이것

스위스 취리히대 “뇌 자극에 이타적인 행동 강화”

[챗GPT로 구현한 사진]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뇌 자극만으로도 사람의 이타성이 일시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대와 중국 동중국사범대 공동연구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플로스생물학’에 인간 뇌의 전두엽과 두정엽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이타적인 선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타적 선택이 뇌의 전두엽, 두정엽의 뇌파 일치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두 부위를 알파파 또는 감마파 중 하나로 동시에 자극하며 선택의 변화를 살폈다. 대뇌 앞쪽에 있는 전두엽은 사고와 인지, 정수리에 가까운 두정엽은 숫자를 계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사람마다 이타적인 행동 비율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뇌에서 찾는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 참가자 44명에게 ‘독재자 게임’을 하도록 하고 총 540번의 게임 결과를 분석했다.

독재자 게임은 독재자 역할을 맡은 사람이 제시된 돈의 분배 비율을 상대방과 어떻게 재분배할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임이다. 제약 없이 주어진 돈을 한 명이 모두 차지할 수 있는데도 실제 분배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실험 결과에서 참가자들은 감마파 자극을 하는 동안 이타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독재자가 상대방보다 적은 돈을 제시받았을 때도 상대방에게 더 많은 돈을 떼 주기도 했다.

추가 분석 결과 뇌 자극은 단순히 의사결정 과정에 잡음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타인에 대한 가중치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발견됐다. 더 이타적인 결정을 내릴 때는 ‘공감 영역’과 ‘의사결정 영역’이 서로 소통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여러 사람에게서 이타적 선택과 관련한 뇌 활동이 확인된 점은 이타성이 뇌에 어느 정도 선천적으로 내재돼 있으며, 타인을 돌보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봤다. 루프 교수는 이런 메커니즘에 영향을 주고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발견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동저자인 중국 화동사범대의 지에 후 박사도 “특정한 뇌 네트워크에서의 소통을 표적화된 비침습적 자극으로 바꾸자, 사람들의 나눔 결정이 달라졌고, 자기 이익과 타인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식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뇌 자극이 자기 이익과 타인 이익의 균형을 바꾼 것”이라며 “이타적 선택과 연관된 뇌 영역 사이의 패턴을 확인한 셈으로 향후 연구에서 뇌 자극과 뇌파 검사를 결합해 자극이 신경 활동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험을 수행한 공동 주최자인 크리스티안 루프 교수는 “효과가 크진 않았지만, 일관되게 나타났다”며 “통계적으로 보면, 실제로 돈을 더 내놓으려는 의지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인간의 근본적 행동을 좌우하는 메커니즘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일부 뇌 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루프 교수는 BBC 라디오4 ‘인사이드 사이언스’에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하지 못해 사회적 행동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럴 때 이런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프 교수는 “장기적으로 행동을 바꾸려면 반복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헬스장에 비유하면서 “운동 한 번으로 체력이 좋아지진 않지만 2개월 동안 일주일에 두 번 헬스장에 가면 몸이 변하는 것처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실험에서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루프 교수는 이번 실험이 의학적으로 엄격히 규제된다면서 “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참가자들은 충분한 설명에 기반한 동의를 하며,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