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K푸드] 제시카 라이킨스의 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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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과 양파, 감자와 두부는 이렇게 깍뚝썰기 하세요”

제시카 라이킨스.

할리우드 여배우이자 한글강사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그녀는 오렌지카운티 부에나 팍에 살고 있는 푸른 눈의 미녀다. 전화목소리만으로는 미국인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그녀. 한국인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는 제시카’라고 한다.

<주간헤럴드> ‘제시카의 아이러브 K타운’을 통해 로컬 스타로 떠오는 그녀가 오랜만에 인사를 전한다.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K문화 전도사가 한국음식을 논하는 자리에 빠질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지난 8월 ‘주은이’ 엄마가 된 제시카는 ‘미역국’을 직접 끊여먹으며 산후조리를 했을 만큼 한국문화에 익숙하다. 당연히 제시카가 선보일 한국음식은 ‘미역국’이 아닐까 했지만 오늘만은 노땡큐.

미역국은 물리도록 먹었다며 오늘은 그녀의 필살기 ‘된장찌개’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양파와 호박 외에 저는 꼭 감자을 넣어요. 훨씬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내지요. 버섯이 있으면 좋은데 냉장고에 버섯이 없네요. 주은이 때문에 장도 잘 못보고 요즘은 무조건 1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음식만 먹어요(웃음)”

채식주의자인 제시카는 멸치를 우려내지 않고 맹물을 사용한다. 누군가 다시마 물을 사용하라고 알려줬지만 맹물과 차이를 모르겠다며 ‘뭐든 쉽고 간단하게’를 강조한다.

아주 특이한 점은 된장과 다진 마늘을 볶다가 물을 붓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살짝 태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내가 이상한가요? 나는 살짝 탄 맛이 너무 좋아요! 된장을 살짝 태우라는 레서피를 인터넷에서 본 거 같은데?”

그럴 리가 없다는 말에 분명히 봤다고 우기기 시작하는 사랑스러운 제시카. 아무렴 어떤가. 할리우드의 여배우도 끓여먹는 된장찌개가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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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가 준비한 된장찌개 재료

“한국음식은 채식주의자들이 먹기에 아주 좋은 음식이에요. 김치, 된장찌개, 미역국, 아 비빔밥! 비빔밥은 정말 최고지요”

한국음식 예찬론을 늘어놓으며 양파, 호박, 감자, 두부를 차례대로 썰다가 갑자기 얼굴을 들고 묻는다.

“이거 깍뚝썰기로 써는 거 맞지요?”

제시카의 한국어를 듣고 있으면 늘 혼자 듣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날 ‘깍뚝썰기’는 최고봉이었다.

된장이 끓기 시작하자 깍뚝썰기 야채들이 투하된다. 그러고 보니 검은색 뚝배기까지 구색을 맞췄다.

“된장은 뚝배기에 끓여야 제 맛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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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끓인 된장찌개를 맛보려 하는 제시카.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는 표정이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거다.

“요리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에요. 시어머니에게 한국요리와 김치 담그는 법도 배웠지만 어렵더라고요. 한국 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집사님들이 이것 저것 알려는 주시는데 내가 하면 그 맛이 안나구요. 그래도 된장찌개는 자신 있어요. 남편도 맛있다고 해요”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안에 마지막으로 두부와 파, 고춧가루 한 스푼을 넣으며 마무리 한다. 한 숟가락 떠서 후 불어 간을 보는 폼까지 영락 없는 한국아줌마다.

이날 제시카의 식탁에는 된장찌개와 밥, 가까운 한인 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비빔밥용 오색나물이 반찬으로 등장했다. 고추장을 넣고 비벼도 맛있지만 커다란 접시에 밥과 함께 담아 먹어도 훌륭한 ‘메인 디쉬’가 된다.

“보통 한식은 한 상 거하게 차려놓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본 한식은 정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요리도 많아요. 마켓에서 만두를 사다가 군만두를 해먹거나 고추장과 설탕을 넣어서 떡볶이를 해도 정말 맛있어요. 김치부침개도 완전 좋아하는 한국음식이에요”

뚝배기 된장을 함께 퍼먹으며 한국 음식 예찬론을 펼치는 사이 주은이가 짧은 낮잠에서 깨어 엄마를 부른다.

“주은이 이유식도 쌀죽으로 시작할 거예요. 알고 보면 한국 음식은 과학적이고 영양가도 많아요. 그걸 다른 미국인들보다 많이 접하고 있는 저야말로 행운이죠”

요즘 남편에게 통 요리를 해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제시카. 넉넉히 남은 재료로 저녁까지 뚝배기 된장찌개로 결정했다. 나물과 고추장에 참기름 넣고 양재기에 밥도 비벼야겠다는 제시카 말에 저녁까지 눌러앉고 싶은 마음이다.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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