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편성 변화 움직임은 지난 10월 9일 KBS2 ‘해피투게더’가 서태지 편을 ‘특집’이라는 이유로 87분간 방송하면서 이뤄졌다.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해 10월21일부터 평일 밤 11시대 프로그램에 대해 75분 내에 편성하기로 합의해 1년여간 한차례도 어기지 않고 지켜왔지만 이를 깨뜨린 것이다.
이후 SBS ‘힐링캠프’가 지난 17일 홍은희 편을 80분 편성했고, 결국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지상파 3사는 평일 밤 11시 예능 편성 합의를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그 즉시 SBS ‘룸메이트’ ‘즐거운 가’ ‘자기야’, KBS2 ‘우리동네 예체능’ ‘해피투게더’가 80분 전후의 편성을 했다.
방송 3사는 KBS와 SBS가 서로 합의를 깬 것도 있지만, 올해 들어 매체 환경이 더욱 변하면서 평일 밤 11시 예능을 75분으로 묶어두고는 케이블 채널과 경쟁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지상파 평일 밤 11시 예능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반면, 케이블채널 예능이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강호동의 MBC ‘별바라기’, 이효리의 SBS ‘매직아이’ 등이 2~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조기 종영하고, MBC ‘헬로 이방인’이 27일 2.3%를 기록하는 등 지상파 예능이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그에 반해 MBN ‘최불암의 이야기 숲 어울림’이 4.284%, JTBC ‘비정상회담’이 3.999%를 기록하는 등 케이블채널 예능이 약진했다.
방송 3사는 평일 밤 10시 드라마와 주말 오후 예능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합의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도 케이블의 위협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편 KBS는 내년 1월 금요드라마를 편성하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에는 예능을 편성하는 틀에서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에 다른 방식의 편성을 실험해보는 것이다.
KBS는 현재 청소년 드라마 ‘하이스쿨 러브온’과 교양 ‘VJ특공대’가 방송되고 있는 오후 9~11시 시간대에 드라마를 탄력적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기존 드라마가 67분 편성에 주당 2회 방송되는 형식이라면, 이 시간대에는 50분분량의 드라마를 1~2편씩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단막, 4~8부작, 16부작 등 다양한 형식의 드라마를 만들어 실험을 해보겠다는 게 KBS 드라마국의 포부다.
KBS의 이러한 결정에는 금요일 밤 시간을 장악한 tvN의 약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토 오후 8시30분에 방송되는 드라마 ‘미생’이 드라마적 인기를 뛰어넘어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뒤이어 예능 ‘삼시세끼’도 매회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는 현재의 구도가 지난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생’ 전에는 ‘연애 말고 결혼’이, ‘삼시세끼’ 전에는 ‘꽃보다’ 시리즈가 같은 시간에 편성돼 큰 재미를 봤다.
이들 프로그램이 현재 7~8%의 시청률까지 치솟자 KBS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금요일 밤 드라마 존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KBS는 금요드라마 존의 편성으로 기존 일요일 밤 12시10분에 편성해온 단막극장‘드라마 스페셜’을 폐지한다. 광고가 안 붙어 만들수록 손해만보는 단막극 대신 광고 단가가 센 금요일에 경쟁력 있는 드라마를 배치해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KBS PD협회가 ‘단막극의 실질적 폐지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는 등 일선 드라마 PD들의 반발은 거세다. PD들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KBS 단막극의 존재 이유”라며 단막극이 많은 신인 작가와 배우를 배출해 온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지상파의 위기 속에서 마케팅부서가 제작국에 합쳐지기도 했다. MBC는 최근 조직개편 때 드라마 마케팅부, 예능 마케팅부를 만들어 드라마국과 예능국 내에 마케팅부를 만들었다. MBC의 이번 조직 개편은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매체시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상파도 마케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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