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쎄시봉’ 강하늘 “솔직히 연기 싫을 때도 많지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어쩌다 강하늘에게 ‘엘리트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그럴 만 하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반듯한 ‘효신 선배’부터 ‘미생’의 엘리트 사원 ‘장백기’, 영화 ‘쎄시봉’의 이지적인 가수 ‘윤형주’까지…. 사실 얼마 전 한 행사에서 그런 수식어를 듣기 전까진, 강하늘이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쭉 맡아왔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그의 자평처럼 ‘역할에 가려질 수 있는 외모’(?) 때문인 지는 모르겠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다져진 연기력 덕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소위 뜨자마자 연극 무대로 돌아간 ‘겸손함’과, 원캐스트 연기를 고집한 ‘성실함’이 그의 최고 무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무기 때문에 강하늘이 보여줄 또 다른 얼굴이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강하늘 父, ‘쎄시봉’ 윤형주와 만난 사연이?= “‘쎄시봉’은 모든 걸 감수해서라도 제 필모그라피에 남기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강하늘은 ‘쎄시봉’과의 남다른 인연부터 털어놨다. 강하늘은 그가 태어나기 20여년 전에 세상에 나온 ‘쎄시봉’ 노래들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쎄시봉’의 오랜 팬인 아버지 덕분이었다. 우연히 ‘쎄시봉’ 시나리오를 접한 강하늘은 ‘어떻게든 작품에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시나리오가 좋았던 이유가 가장 크지만, 아버지가 떠오른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쎄시봉’에 합류하게 됐을 때도, 처음 시사회를 가졌을 때도, 누구보다 아버지가 가장 감격스러워했다고 강하늘은 말했다. 


“아버지가 특히 윤형주 선생님을 좋아하셨어요. 언젠가 윤형주 선생님을 뵐 기회가 생겨서, 곧장 아버지께 여의도로 오시라고 전화를 드렸어요. 아버지가 윤형주 선생님을 보시고 ‘항상 만나고 싶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됐다’고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아버지가 눈가가 촉촉해지시는데 제 마음까지 짠하더라고요.”

이쯤 되면 어깨를 으쓱할 만한 효도를 한 셈이다. 게다가 강하늘은 아버지의 선망 대상 윤형주로부터 극찬까지 들었다. VIP 시사회 때 영화를 본 윤형주가 ‘하늘이가 제일 잘하더라’고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준 것이다. ‘윤형주 선생님에게 누가 되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는 물론, 노래, 기타까지 맹연습했는데, 최고의 보상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미생’ 끝나고 연극, 사람들이 미쳤냐고…”= 지금 스크린에서만 강하늘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현재 연극 ‘해롤드 앤 모드’에도 출연 중이다. 48세 연상인 ‘연극계 대모’ 박정자와 호흡을 맞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강하늘 파워’ 덕분일까. ‘해롤드 앤 모드’는 최근 누적 관객 1만 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앞서 드라마 ‘미생’이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모으면서, 임시완·강소라·변요한·김대명 등 라이징 스타들의 차기작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강하늘은 연극 무대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덜컥 전해왔다. 의외의 행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연극을 한다고 했더니 ‘미쳤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연극 때문에 못한 작품이나 광고도 있죠. 사람들은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하는데, 저한텐 당연하고 쉬운 결정이었어요.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관객이 없어서 2주 만에 막을 내리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내가 조금이라도 더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오고, 이 작품의 좋은 뜻을 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연극 무대에 특별히 애착을 갖는 건, 연극 배우로 활동했던 부모님의 영향도 있다. 젊은 시절 연극무대에 섰던 강하늘의 부모님은, 생계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다고. 그래서 그는 열심히 준비한 연극이 소위 ‘엎어지는 것’을 볼 때면 유독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배우 황정민 부부가 이끄는 지금의 소속사(샘컴퍼니)를 선택한 것도 연극 무대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덕분. 회사로부터 ‘일년에 한 편씩은 연극을 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과거엔 인지도가 쌓이는 게 싫었어요. 뭔가 (배우가 아닌) 연예인 같아서. 그런데 작품을 하면서 인지도는 쌓이는 것이고, 그걸 어떻게 현명하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상업적인 용도가 아니어도 쓸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생각해요. (변)요한이 형도 독립영화계에 큰 힘이 되고 있고, 그런 좋은 방향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겠죠.”

▶“연기는 내게 ‘매운 음식’같은 존재”= 앞으로도 강하늘은 대중들에게 선보일 작품이 두 편(‘순수의 시대’, ‘스물’)이나 더 남았다. 그 말인 즉, 쉴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살인적인 스케줄에 지쳐있을 법 한데도 그는 웃음이 넘쳤다. 그는 “누가 내 이야기를 이렇게 경청해주시겠냐”고 눙을 치면서 인터뷰 시간을 기꺼이 즐겼다. ‘솔직히 힘들지 않냐’고 캐묻자 슬쩍 속내를 털어놨다. “솔직히 조금 쉬고 싶기도 해요. 어제도 공연 끝나고 영화 후시녹음이 새벽 세 시에 끝났어요. ‘쎄시봉’ 언론시사회 때 몸이 아파서 불참했었어요. 그 때 아프고 나니까 건강을 걱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몸에 밴 성실함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두 달 여 기간 동안 원캐스트로 연극 무대에 서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때도 매일같이 무대를 지켰던 그였다. 강하늘은 한 차례도 빠짐 없이 무대에 서는 이유에 대해 “연극은 원캐스트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사람이 하루하루 마음가짐이 다른데, 매일 무대에 서면 그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연극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연기자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화날 땐 화를 내기도 하고, 느낀 것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에 맞게, 강하늘은 연기에 대한 속내를 꾸밈 없이 털어놨다.

“솔직히 연기를 하기 싫을 때도 많아요. 아무리 고민해도 끝이 안나는 고민을 해야 해고, 답이 안나오는 걸 관객에게 답처럼 보이게 해야 하고… 그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에요. 그런데 매운 걸 먹고 ‘다시는 안 먹어야지’ 하면서도, 또 매운 걸 찾게 되잖아요? 연기가 제겐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하기 싫은 마음이 들다가도 또 생각나는 거요.”

ham@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