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싱글> 8. 로로스 ‘타임’ㆍ다이얼라잇 ‘매드퀸’ 외 2곡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로로스(Loro‘s) ‘타임(Time)’= “오늘도 나 그대 꿈꾸며/한참을 헤매이다 눈을 뜨는데/차라리 다 꿈이길 바래/그 꿈의 끝에서 내 이름 불러주오/그대여”

로로스의 이름 앞에 붙은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의 주인공이란 수식어가 이제 식상한가요? 그렇다면 ‘이제 무슨 곡을 내놓아도 기대되는 밴드’라는 수식어는 어떨까요? 로로스의 신곡 ‘타임’은 잔잔하지만 결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는 곡입니다.

로로스의 음악은 아름답지만 결코 사회 부조리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정규 2집 ‘완디(W.A.N.D.Y)’의 수록곡 ‘호모 세파라투스’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현장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연상케 하는 가사로, ‘몬스터’는 선량한 시민의 내면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구조를 질타하는 가사로 부조리를 꼬집었던 곡이죠.

이 곡 역시 가사 어느 곳에도 언급돼 있지 않지만 ‘세월호 참사’의 깊은 슬픔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슬픔을 내면으로 갈무리하는 이승열의 나지막하면서도 짙은 목소리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다이얼라잇(Diealright) ‘매드퀸(Madqueen)’= “나는 미친 여왕이야/미친 왕은 어디 있지?/잊었군/내가 죽였지(I’m a Mad Queen. Where is my Mad King. Forgot it. I killed a Mad king)’

잔뜩 일그러진 베이스 리프와 신경질적인 보컬 그리고 리듬. 서로 떼어놓고 들으면 견뎌내기 힘든 사운드들이지만 하나로 뭉쳐놓으니 마치 비정형의 생물체와 같은 모습을 띄며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과감하게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빼고 베이스를 전면에 내세운 사운드 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질감의 무언가가 기타의 부재를 느낄 수 없게 만듭니다. 그 독특한 무언가는 피부 바로 아래에서 흐르는 피로 꿈틀거리는 혈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곡은 그야말로 원초적이고도 관능적입니다. 이 곡을 들을 때엔 계산하지도 생각하지도 마시길. 그저 듣고 느끼시길. 


▶ 혜이니(HEYNE) ‘내 맘이’= “내맘이 말해요 말해요 말해요 나의 사랑을/내 눈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대/가슴 가득 차오르는 마음/이대로 모두 말해버릴까”

‘인형돌’이란 수식어와 헬륨가스를 들이마신 듯한 목소리가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영상으로 보이는 혜이니의 모습이 귀엽고 깜찍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진 못하겠습니다.

혜이니의 목소리는 매우 개성적인 톤을 가진 만큼 부르는 곡과의 상성이 어긋나면 거부감을 주기 쉽습니다. 이 곡은 혜이니의 외모와 목소리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꽤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스케일을 키운 편곡은 휘성 특유의 섬세한 가사와 더해져 자칫 가볍게 들릴 수 있는 혜이니의 목소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호소력을 부여합니다. 데뷔 후 가장 매력적인 곡을 만들어냈군요.

▶ 이시몬 ‘연애’= “누굴 좋아한다는데 이유가 그런 이유가 어딨겠어/그저 어느 누가 맘에 들면 그냥 맘에 드는 거지”

이시몬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이 제작하는 신인 가수로, 지난 2013년 케이블 채널 엠넷 ‘보이스코리아2’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얼굴을 알렸습니다. 이시몬에겐 그보다 더 중요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코러스로 4년 동안 활동한 바 있거든요.

이 곡은 김현철의 대표곡 ‘연애’를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원작자인 김현철이 프로듀서로 직접 참여했는데, 원곡보다 듣기 편안하고 유려해진 것 같다면 그에게 실례일까요? 데뷔곡인데다 ‘보이스코리아2’에서 준우승자 출신인 만큼 가창력을 강조한 곡을 불러도 됐을 법한데, 이시몬은 깊은 목소리로 원곡을 여유롭게 소화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런 선택이 오히려 파격적으로 느껴진다면 기자만의 착각일까요? 행여나 이시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려주지 못할 것을 우려한 듯 이 곡은 영어 버전, 브라스팝 밴드 업댓브라운이 참여한 브라스 버전, 그루브킹 버전도 다양한 버전이 함께 공개됐습니다. 주도면밀하군요.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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