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만한 영화] 디즈니가 재해석한 명작동화 ‘신데렐라’ 등

<이 주의 화제작> 다 아는 명작 동화의 뻔한 재해석, ‘신데렐라’

(감독 케네스 브래너/출연 릴리 제임스, 리처드 매든, 케이트 블란쳇/개봉 3월 19일)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명작 동화 ‘신데렐라’가 디즈니의 손을 거쳐 실사 영화로 태어났다. 지난 13일 북미에서 먼저 선보인 ‘신데렐라’는 개봉 첫 주말 약 7000만 불, 전 세계 1억3000만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박스오피스 1위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앞서 디즈니는 첫 번째 실사 프로젝트인 ‘말레피센트’(전 세계 수익 7억5600만 달러)로 흥행 재미를 본 바 있어, ‘신데렐라’가 이를 뛰어넘는 흥행작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어린시절 어머니를 잃은 엘라(릴리 제임스 분)는 아버지와 단촐하지만 따뜻한 성장기를 보낸다. 그러던 중 새 엄마(케이트 블란쳇 분)와 두 언니를 가족으로 맞이한다. 무역상이던 아버지마저 타지에서 목숨을 잃으면서, 엘라는 새로운 가족들 틈에 홀로 남겨진다. 새 엄마와 언니들은 엘라를 ‘신데렐라’(재투성이 엘라)로 부르며 하녀처럼 부린다. 하루는 왕자가 자신의 배필을 찾는 무도회를 주최하고, 엘라도 요정 대모의 도움을 받아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다.

영화 ‘신데렐라’는 원작을 충실히 스크린에 옮기는 정공법을 택한다. 왕자와 신데렐라의 첫 만남 정도를 제외하고는, ‘부모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는 구전동요의 한 대목부터, 유리구두를 주워들고 나타난 왕자님과의 해피엔딩까지 익숙한 이야기가 그대로 펼쳐진다. 물론 디즈니의 명성답게 화려한 비주얼은 보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요정 대모가 무도회에 앞서 신데렐라를 돕는 에피소드는 원작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인 만큼, 스크린에서도 눈길을 잡는 에피소드로 탄생했다. 호박이 마차로, 도마뱀과 쥐가 각각 마부와 말로 변하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며 극의 흐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럼에도 ‘신데렐라’는 ‘명작 동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홍보 문구에 기대감을 걸었던 이들에겐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다. 전 세계인이 아는 명작을 스크린으로 옮겼을 때, 독창적인 시도를 발견할 수 없다면 수고로운 작업의 의미도 없다.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기 전,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보려는 시도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다 못해 다락방에 갇혔을 때 탈출이라도 감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착한 마음과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을 되새기며 수난을 감내하는 신데렐라는 여전히 동화 속 수동적 캐릭터에 머무른다. 케이트 블란쳇과 헬레나 본햄 카터 또한 전형적인 계모·요정 캐릭터에 갇혀 특유의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한다.

사실 ‘신데렐라’의 본편보다는 오프닝에 삽입된 단편이 더 흥미롭다. ‘겨울왕국’의 후속작 ‘겨울왕국의 열기’는 ‘신데렐라’ 오프닝 영상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다. 엘사와 안나 자매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재간둥이 울라프와 그의 귀여운 분신(?)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애니메이션 이상으로 유명세를 치른 OST ‘렛 잇 고(Let it go)’를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삽입곡도 반갑다. ‘겨울왕국’에서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크리스틴 벨과 이디나 멘젤, 조시 게드 등이 이번에도 더빙에 참여했다. (만족지수 ★★★)


▶‘추억의 마니’(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제작 스튜디오 지브리/개봉 3월 19일)=‘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제목 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들을 남긴 애니메이션 명가 스튜디오 지브리가 신작으로 찾아왔다. ‘추억의 마니’는 12살 소녀가 버려진 대저택에서 신비로운 또래 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 ‘마루밑 아리에티’(2010)로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지브리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특유의 수채화 터치로 담아낸 아름다운 자연 풍광,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펼쳐지는 소녀의 성장담이 잔잔한 미소와 여운을 남긴다. (만족지수 ★★★☆)


▶‘엘리제궁의 요리사’(감독 크리스티앙 벵상/출연 까뜨린느 프로, 아르띄르 뒤퐁, 장 도르메송/개봉 3월 19일)=‘쿡방’(요리하는 방송) 전성시대에 스크린에도 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파리 엘리제궁에서 일했던 유일한 여성 셰프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라보리(까뜨린느 프로 분)는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가정식 비법으로 입맛 까다로운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는다. 이에 엘리제궁의 남자 셰프들은 그녀를 시기하고 견제하기 바쁘다.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보는 것 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프렌치 홈쿠킹. ‘연어로 속을 채운 양배추’, ‘허브 뿌린 양갈비 구이’, ‘소고기 롤빵’ 등 이색적인 요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식사 한 끼를 올리는 데도 까다로운 궁의 절차, 주방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권력 다툼 등의 에피소드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대통령이든 셰프든 사람들 틈에서 치이는 건 마찬가지고, 그 과정을 거치면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는 위로도 덤으로 따라온다. (만족지수 ★★★☆)


▶‘그라운드의 이방인’(감독 김명준/내레이션 권해효/개봉 3월 19일)=조선학교 아이들의 다큐멘터리 ‘우리학교’(2007)로 호평받은 김명준 감독이 8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프로야구의 탄생 이전, 잠실야구장을 내달렸던 재일동포 야구소년들의 활약을 조명한 영화다. 김명준 감독은 ‘600여 명의 재일동포 야구인들이 한국 야구사에서 영영 잊혀질 수도 있다’는 아쉬움과 책임감으로 영화를 기획했다. 제작팀은 ‘이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게 영화가 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사료로서의 가치와 휴먼 드라마의 감동을 모두 잡아냈다. 어느덧 머리 희끗한 중년이 된 야구소년들이 어눌한 한국어와 함께 소주잔을 부딪히는 모습은 애잔함을 자아낸다. 또 선진야구 기술을 전파하는 등 한국 야구의 발전에 기여했지만, 고국 땅에서 ‘반(半) 쪽발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던 이들의 사연은 재일동포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색안경 낀 시선을 돌아보게 만든다. (만족지수 ★★★★)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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