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화를 한편 볼까 싶어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대부분의 상영관은 ‘어벤져스:에이지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포스터를 걸지 않으면 법에 걸리기라도 하는 듯, 헐크와 캡틴 아메리카로 가득했다. 이를 빼고 나니 만화영화랑 거의 정보가 없는 영화 한 두편 뿐이었다. 그래서 TV를 틀고 속 터지는(응원하는 팀이 부실하다) 야구중계를 보고 말았다.
“볼 만한 영화 많이 상영하면 시간 맞출 걱정도 없이 아무 때나 가서 볼 수 있고 좋지 무슨 배부른 투정이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장점도 분명히 있다. 12일까지 무려 952만명의 관객이 즐긴 영웅들의 스토리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1000만돌파는 당연해보였고, 과연 최종 몇 명의 관객이 들 것인지가 관심이었다.
‘어벤져스 2의 극장가 평정’은 예상된 사건(?)이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때문일지 모른다. 왜 다른 영화는 없지? 어벤져스2가 개봉하는 날 감히 맞장을 뜬 국내 영화는 ‘약장수’와 ‘반짝이는 박수소리’ 두편이다. 잔잔한 휴먼스토리(약장수)와 다큐멘터리(반짝이는 박수소리)였다.
4,5월 개봉을 저울질하던 국내 영화는 어벤져스2에 앞서 4월 초ㆍ중순에 미리 걸거나, 어벤져스태풍이 지나간 이달 하순으로 개봉일자를 조정했다고 한다. 수십억, 또는 백억대가 들어간 영화를 ‘뻔히 1000만돌파’할 영화와 정면충돌시키려는 제작자자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그건 자살행위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천만영화가 이제 뉴스도 안될 만큼 흔한 시대다. 대작만 등장하면 볼 만한 국산영화가 자취를 감추는 영화계, 극장가 풍토가 정상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영화인(좁게는 영화제작사)들은 말한다. 작은 영화는 걸 수 있는 극장이 없다고, 배급사와 극장체인의 갑(甲)질때문에 설 자리가 없다고. 분명 그런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반대로 묻고 싶다. 영화관객들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졌는가? 어벤져스2가 개봉하고, 1000만을 노려 제작된 ‘국제시장’ ‘명량’이 개봉하면 영화팬들은 그것을 보거나 그게 싫으면 집에 있어야한다는 것인가?
작은 영화라도 찾는 관객이 있을 수 있고, 열에 아홉은 어벤져스2를 찾아도, ‘고령화가족’이나 멜로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수십만명쯤 있을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규모는 작지만, 스토리와 진지한 드라마로 꾸며진 영화의 관객층이 어벤져스2의 관객과 겹친다고 판단한걸까.
영화는 분명 일부 작품을 제외한다면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재화(財貨)다. ‘극히 일부 작품’ 역시 상업적인 흥행을 마다할리는 없다. 돈 벌려고 만들지 않는 영화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작은 영화도 설 자리를 달라’는 외침과, ‘어벤져스2같은 큰 비는 피하고 보자’는 신중함(?)은 모순처럼 보인다. 대형 블록버스터 일색인 극장가에서 다른 장르의 영화로 틈새를 공략하는 것, 다른 장르를 원하는 관객을 겨냥하는 방법은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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