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잘 모르는…중국의 한류스타?

외국인 음반구매층·구매비율 등
세분화된 통계없어 타깃 설정 애로
막연하게 캐스팅…K팝 무대 올려
때우기식 행사 되레 한류발전 저해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크게 히트한 이후 중국 한류가 붐을 이루는 양상이다. 일본 한류가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 한류는 그 대안으로 부상하는 듯 했다.

한동안 중화권 한류에 대한 뉴스가 봇물을 이뤘다. 외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심의와 규제로 인해 체계적이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따랐지만, 대체적으로 중국에서의 한류를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좀 과장하면 중국에서 김수현과 이민호, 김종국이 인기가 많으니까, 왠지 다른 스타들도 중국에서 인기가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크게 히트했을 때는 중국에서 K팝 가수의 공연이 엑소 등 몇몇 인기 그룹을 제외하면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중국에서 한국 가수의 지명도와 인기가 갑자기 떨어졌다기 보다는 중국 공연업체 등과 관련된 시스템때문이었다. 

한류와 관련된 음반 기획제작사들은 해외팬을 위한 콘서트와 팬미팅 등은 강화하고 있지만 해외팬이 어느 정도 음반을 구매하고 있는지, 내국인 구매자 대 외국인 구매자의 비율이 얼마인지 파악
을 못하고 있다.

중국 공연업체들은 한류 공연을 위해 오는 한국측 스태프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사실에 불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콘서트를 위해 가수 한 팀에 매니저, 코디 등 무려 20여명이 붙어 5성급 호텔에서 며칠씩 묵는다는 것. 이를 주관하는 중국 공연업체가 돈이 많이 들어 공연을 성공시켜도 남는 게 없다고 한다.

한국 가수와 배우가 외국에서 어떤 프로모션을 가졌고, 그에 대한 반응이 어떠했으며, 해당 스타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 스타의 소속사에서 보내주는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자료들은 터무니 없이 과장됐거나, 심지어 사실과 다른 내용도 섞여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긁어 기사화를 해버린다.

한류를 연구하는 대학교수들이나 연구원들은 이렇게 작성된 기사들을 바탕으로 삼아 보고서나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 또한 많다. 여기서 사실과 다른 것을 사실인양 받아들이면서 착각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른바 한류의 허수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연예인이 누군지, K팝 가수가 중국에서 음반이 얼마나 팔리는지를 막연하게는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소속사에서도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다. 그래서 특정 가수가 막연하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한류와 관련된 음반 기획제작사들은 해외팬을 위한 콘서트와 팬미팅 등은 강화하고 있지만 해외팬이 어느 정도 음반을 구매하고 있는지, 내국인 구매자 대 외국인 구매자의 비율이 얼마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다. 외국인 음반구매층에 대한 보다 세분화된 분석과 함께 국내와 국외 팬의 차별성과 세대별 타깃에 따른 공략 방식을 구사해야 되는데, 아직은 그런 단계에까지 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 16개국 6만 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상하이 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헤어 디자이너들의 최대 축제 ‘제10회 아시아 헤어드레서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시상식 및 국제 헤어쇼에는 중간에 K팝 스타의 공연이 마련됐다. 무대의 화면에는 K팝 무대라고 거창하게 소개됐다. 이어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의 메인 보컬 제아가 두 곡을 불렀다. 한 곡은 혼자 부르고, 두번째 곡은 한국의 보컬 트레이너와 함께 듀엣으로 불렀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도 사전에 몇몇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브아걸이 중국에서 인지도가 제법 높다고 들었다. 하지만 브아걸과 제아를 아는 현지인이 거의 없었다. 관객중에서 젊은 세대부터 중년까지 여러 사람에게 ‘아브라카다브라’, ‘어쩌다’, 브라운아이즈걸을 말해봤지만, 아는 사람은 없었다. 브아걸을 잘 알지 못하니, 제아 무대에 대한 호응도도 낮았고, 박수도 치는 관객도 거의 없었다. 이는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문화의 중심지인 상하이에서 1천석이 넘는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중에서 브아걸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기자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례가 브아걸의 제아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막연히 알고 있는 사실에 입각해 가수를 캐스팅해 무대에 올려 가창료만 지불하고 끝나는 현지 행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행사장에서 K팝 가수라고 크게 선전해놓고, 중국인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가수가 나오는, 이른바 ‘행사 때우기’식이 적지 않다. 이런 행사는 한류 발전이나 이미지 차원에서도 도움이 안된다.

한류 스타는 기능만 수행하러 현지에 가는 게 아니다. 노래도 부르고(연기도 보여주며), 그 나라 사람들(팬)과 적극적으로 소통도 하면서 한국에 대한 인상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민간 외교관’이라고 부르는 의미가 그런 것이다. 따라서 한류를 접근함에 있어, 막연한 추측보다는 좀 더 정확한 데이터와 기획력을 가지고 해야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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