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소재와 이야기를 반복하는 드라마 시장에서 여배우들은 틀에 박힌 역할을 소화했다. 주인공이었던 여배우들은 후배들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주다 친구, 이모, 엄마의 자리로 이동한다. 엄마이고 아내인 여배우의 드라마 속 역할은 현실과는 다르다. 주변인에 머물거나, 중심에 서더라도 자기 삶을 혼자 살아가는 여성 캐릭터가 아니다.

“이제 나이도 있고 맡을 수 있는 배역에도 한계가 있어요. 누군가에게 남편을 빼앗기거나 아이를 잃어버리는 엄마 역뿐이죠. ‘미세스캅’의 최진영은 한 사람으로서 바로 서 있는 캐릭터인데, 이런 역할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이건 내가 해야 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어요.”
배우 김희애는 지난 29일 SBS 드라마 ‘미세스캅’의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드라마를 선택한 계기에 앞서 전한 말이었으나, 이는 곧 국내 TV드라마의 획일성을 지적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비단 김희애만은 아니다. 국내 드라마 시장의 제한된 틀에 여배우들은 아쉬움이 많았다.
지난 5월 파일럿으로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레이디액션’은 여배우들이 액션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제작발표회에 모였던 여배우들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다양성에 대한 갈증이 컸다”(조민수),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도전이었다. 액션 이상의 함축적 의미가 있다”(김현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손태영)는 이야기였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액션’이라는 소재 안에 자신의 직업에 대한 한계로 인한 갈증을 품은 여배우들의 도전에 방점을 뒀다.
여배우가 30대가 되고, 40대에 접어들면 이들은 극의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인이 되는 것으로 TV에선 조금씩 멀어지게 된다. 드라마의 수출을 위해 20대 한류스타와 아이돌 연기자를 선호하며 로맨틱 코미디물을 제작해야할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을 드라마의 중심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고난도 액션을 요구하거나 로맨스를 요구하는 드라마 관계자도 없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CP는 “국내 드라마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를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어야 하니 소재는 로맨스 위주가 되고,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수출에 영향을 줄 한류스타가 된다. 어느 한 곳에서 빚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3사를 비롯해 케이블, 종편에서도 같은 곳을 바라보니 시장의 다양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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