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은(41·사진)은 ‘파리의 연인’(2004년)이후 오랜 기간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멜로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속에는 불이 있는 배우다. 김정은은 한바퀴를 돌아왔다고 했다.
북한 과학자로 시작해 대한민국 영부인이 되는 TV 조선 드라마 ‘한반도’와 특이한 로맨틱 코미디 ‘울랄라부부’ 등을 거쳐 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까지 왔다.

‘여자를 울려’에서 그가 맡았던 정덕인은 형사 출신의 식당주인으로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었다. 액션도 잘 해야 하고, 자식을 잃은 엄마의 절절한 마음도 표현해야 한다. 심지어 자식을 죽게 만든 학생의 아버지(송창의)와 멜로 연기도 펼쳐야 했다. 요리도 할 줄 알아야 하는 식당 주인이어서 백종원으로부터 업소 요리도 배웠다. 웬만한 드라마 3개 정도의 캐릭터들을 다 모아놓은 배역이었다. 초반에는 김정은이 범죄자들과 강인한 액션을 펼쳐 시청자의 눈길을 잡았다.
“나이가 있다보니 액션연기가 가장 힘들었다. 전갈 액션 연기는 특히 어려웠다. 남자보다 나은 것은 힘보다는 타이밍과 허점을 이용해 남편을 쌍코피 나게 하는 장면 같은 것이었다. 액션스쿨에서 배웠는데 뒤늦게 액션 재능을 발견한 것 같다.”
김정은은 초반에는 발 차고 주먹을 날리느라 몸이 힘들었다면, 후반에는 자식 잃은 엄마라는 점을 마주해야 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단순한 커리어우먼 보다는 ‘엄마’라서 좋았다. 스토리텔링도 다양하고 감정도 실컷 발산할 수 있었다.”
김정은은 남편과 별거하고 만난 남자 송창의의 아들이 아들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오열하는 신은 찬사를 받을만했다.
“20년 연기한 나를 혼자 무대에 올려놓고, ‘한번 해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자식 앞세운 엄마라면 못할 게 뭐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완전히 나를 놓아버렸다. 침을 어떻게 흘렸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이해 못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심도 있었지만, 엄마로 정신무장하고 들어가니 못할 게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위대한 거구나 하는 걸 느꼈다.”
김정은은 후반에는 수많은 용서를 해야 했다. 자신을 버린 엄마와 자식을 죽인 사람을 용서하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강 회장을 용서했다. 김정은은 “덕인이가 주체적으로 인생을 해결하는 여성이라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죽은 아들 가해자의 아버지와 결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김정은은 22살 막내 코디 등 후배들에게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겁난다고 했다. “내가 열어야 그들이 다가온다. 그래야 그들의 새로운 감성도 취할 수 있다”
실제 남자친구와 3년간 교제중인 김정은은 “활활 타올랐던 마음을 휴지기 한번 가지고 달랜 후 다시 터뜨리겠다”고 말했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