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즉흥연주보다 작곡에 중점
낯선 환경에 둘러쌓인 미국 작업
미래 향한 ‘희망 갈구’의 몸부림
변화란 말은 꺼내긴 쉽지만 시도하긴 어렵다. 습관의 힘이 무섭듯, 일상의 관성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해 온 뮤지션이 낯선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타리스트 방경호는 90년대 한국 록의 역사 곳곳에 흔적을 남겼던 연주자이다. 더 클럽, 레처, 제이워커 등 여러 록 밴드를 거친 그가 데뷔 20여 년 만에 첫 솔로 앨범으로 재즈를 선보인 것은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시도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머물며 솔로 앨범 ‘디스 저니 오브 마인’을 발표한 방경호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나눴다.

방경호는 “예전부터 팻 매스니(미국 출신 세계적인 재즈 기타리스트)의 음악과 사운드를 좋아했고, 잘 알지 못하는 장르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 앨범은 솔로와 즉흥 연주보다 작곡 자체에 더 중점을 둔 앨범이기 때문에 재즈앨범이라기보다 기타에 중심을 둔 앨범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앨범의 성격을 밝혔다.
방경호가 본격적으로 재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는 미국 유학 시절이다. 90년대 중반 밴드 레처를 거쳐 미국 유학을 떠난 그는 현지에서 재즈를 공부했다. 그는 지난 2009년 귀국해 밴드 제이워커로 3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다소 무거운 록을 들려줬지만, 최근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재즈를 붙잡았다.
방경호는 “이번 앨범을 작업했던 시간들이 흡사 나는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 같았다”며 “별다른 연고가 없는 낯선 곳에서 앨범을 만들었는데, 스스로 의지와 상관없이 파도에 휩쓸리듯이 삶이라는 여행을 떠나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텔 미 모어’, ‘언노운 서컴스턴시스’, ‘얼론’, ‘플라워스 인 메이’, ‘레이크 미드’, ‘새벽’, ‘사고무친’ 등 10곡이 실려 있다.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퓨전 재즈에 가깝지만, 기교 보다는 절제를 강조한 담백한 연주가 귀를 편안하게 만든다. 이국적인 공간의 맑고 푸른 하늘을 떠올리게 만드는 투명한 기타 톤 역시 매력적이다. 이 같은 조합이 청자에게 묻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이다. 이는 방경호가 제이워커 시절에도 끊임없이 음악으로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방경호는 “과거와 현재는 너무나도 끈적끈적하게 연결돼 떼어낼 수 없는 것 같고, 미래는 아직 알 수 없어 거리감이 느껴진다”며 “내 음악은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느끼는 어둡고 불안한 감정들의 복합적인 표현임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싶다는 몸부림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경호는 올 연말 다시 귀국해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