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날갯짓이 미약하다. 50부작 드라마는 갈 길이 구만 리다. 제작비 300억원, 스타배우들의 총출동으로 사극판 ’어벤저스‘로 불렸다. SBS ‘육룡이 나르샤’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기 위해 ‘여말선초’를 또 다시 소환한 ‘육룡이 나르샤’는 기존 사극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취한다.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다.
조선 건국기를 그리기 위해 드라마는 이성계(천호진), 정도전(김명민), 이방원(유아인) 등 실존인물 세 사람과 이방지(변요한), 무휼(윤균상), 분이(신세경) 등 가상인물 세 사람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여섯 용이 된 이들은 ‘거악’으로 규정된 고려를 허물고 ‘역성혁명’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드라마는 그러나 일관되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난세는 약자의 지옥”이라고 봤다. 드라마에서 “아이들의 죽음이 자주 등장하고, 아이를 갓 낳은 여자가 돼지에게 젖을 먹이는 유모로 끌려가는 것은 붕괴된 국가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약자들의 삶을 통해 난세 중의 난세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드라마와 달리 다수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작가들에게도 이는 ‘도전’이었다.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을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등을 통해 체득한 베테랑들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러나 “한 나라가 망해가는 피폐한 지옥상과 새 나라의 창업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역사 속 세 인물의 이야기만으로는 설득이 되지 않았다”며 “모두가 억울한 시대였기에 백성의 입장에서 조선 건국에 대한 시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허구의 인물들을 통해 그린 백성의 삶은 “시청자가 여러 인물 가운데 하나에 몰입해 개인의 삶을 대입하는”(정덕현 평론가) 장치가 된다. “정도전 등 역사 속 큰 인물이 존재했기에 ‘육룡이 나르샤’는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한 부분”을 “고려말 난세를 조명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 현재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윤석진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의 해석이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주특기이기도 하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장점으로 “역사 속에서 현재를 읽는 대사”(윤석진 교수)와 “그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내는 힘”(한정환 SBS 드라마국 EP)을 꼽는다.
윤석진 교수는 드라마에 대해 “여말의 부패한 사회상을 차용해 2015년 대한민국의 경제 양극화 상황을 보여주며 변혁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팩션사극 집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것을 자유롭게 생각하고 열어두되 시대정신만은 결코 위반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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