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박보영 “‘열정’ 촬영하면서 신인 시절 생각났다”

박보영이 하루 하루가 별일이 사회초년생으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제 나이대 역을 연기해 기분이 좋다는 이 배우는 언제나처럼 무리 없이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끌어들일 준비를 마쳤다. 연기는 한층 성숙해졌고,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은 잃지 않았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취직만 하면 인생이 풀릴 줄 알았던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 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사 하재관(정재영 분)을 만나 겪게 되는 극한 분투를 그린 공감코미디다. 정기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11월 25일 개봉된다.

주로 학생 캐릭터로 이미지를 굳혔던 박보영은 이번에는 사회에 첫 발을 내민 20대 후반 도라희를 연기했다. 어려서부터 연예계에 데뷔했던 그는 사회초년생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굳이 직장인들을 따로 취재 하지 않아도 됐어요. 친구들과 1~2년 전에 취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친구들을 만나면 이야기의 주제가 취업이었거든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친구들도 있고, 계속 떨어지는 친구들도 있었죠.. 그 땐 그 친구들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이 적어서 제가 힘들었어요. 영화 하기전에 자연스레 그런 감정들을 겪어서 익숙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신인시절 느꼈던 감정이 도라희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살아났다고 설명했다. 신입기자를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지만, 배우든, 직장인이든, 이제 한 조직의 구성원이 된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것이 없었다.

“라희가 느끼는 감정이 제가 신인시절 때 느꼈던 것과 비슷했어요. 어떤 직업이든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그들만의 룰이 있잖아요. 처음에 겪어본 사람들에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르는데 기존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말해주지 않잖아요. 저도 첫 현장에 갔을 때는 전체로 찍고, 한번 더 찍고, 이런 걸 당연히 몰랐어요. 똑같은 장면을 찍어야 해서 중간에 물을 마시면 안되는 것도 몰랐어요. 그런 연결 조차도 몰랐어서 스크랩터 언니가 매일 불렀었어요.(웃음) 지나고 나니까 정말 별거 아니고, 정말 별거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다 생각해서 말해주지 않았었나 싶기도 했고요. 처음에 신인 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데뷔 10년차가 된 박보영. 신입시절의 긴장했었던 기억을 떠오르게도 하지만, 막내일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단다. 지난 5월에 개봉한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에서 선배 역할을 해야했는데 쉽지는 않았다고.

“저도 신인일 때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웃음) 제가 이 현장에서 막내여서 정말 행복했어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촬영 때 엄지원 선배님이라는 커다란 기둥이 있었지만 학생들은 다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었거든요. 제가 그들을 바라보니까 ‘예전에 내가 이런 실수를 했구나’를 알게 됐어요. 디렉션을 정확하게 주시는 분도 있지만 아닌 분도 있어요. 친구들이 못 알아들을 때는 감독님 안보실 때 몰래 조언해주기도 했어요. 긴장하면 말도 걸어주고 대사 한 번 맞춰보자고도 하고요. 저 나름대로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한선우 같이 멋있는 선배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교복을 벗고 직장인의 옷을 입은 박보영에게 아쉽지는 않은지 물었다. 그러자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교복은 충분히 입었다고 생각하고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그래도 너무 좋은 작품이라면 또 교복 입는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극중 하재관(정재영 분)은 앞에서는 큰 소리치고, 도라희를 구박하기 일쑤지만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기도 하고 뒤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한다. 박보영에게 하재관 같은 선배는 누구일까.

“차태현 선배님이 모르게 뒤에서 많이 챙겨주세요. ‘과속 스캔들’ 찍을 때 현장에서 별명이 ‘나름 여배우’ 였어요. 명색이 여배우인데 아침 첫신과 마지막 신을 찍게 할 수 없다고 제작부에 몰래 이야기해서 항상 선배님이 제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게 챙겨주셨어요. 그런데 앞에서 티나게는 절대 안챙겨주세요. 저도 이 사실을 촬영 끝나고 알았어요. 그렇다고 자주 연락하거나 보진 않아요. 힘들거나 고민 있으면 전화하는게 차태현 선배님인 것 같아요. 자기일 처럼 고민해주시고 조언해주시거든요.”

박보영은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촬영 하기 전 걱정이 많았다. 정재영, 오달수, 배성우, 류현경 등 쟁쟁한 선배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춰야하고, 그 안에 잘 녹아들어야 했기 때문. 박보영은 오달수를 쫓아다니며 연기 비법을 알려달라고 조르기도 했다는 듣기만 해도 귀여운 일화를 들려줬다.

“정재영 선배님이 워낙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잘 하시는 분이라 어떻게 하면 잘 몰입해서 같이 어우러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관찰을 했죠.(웃음) 그러다가 오달수 선배님께 ‘어떻게 하면 대사가 대사가 아닌 것처럼 할 수 있을까요?’라고 여쭙기도 했어요.하하. 그 답변을 적고 또 연구했죠. 그런데 레시피는 받았는데 손맛이 없어서 음식맛이 안나는 느낌이네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말하는거 항상 녹음하고 싶어요. 그런데 또 막상 녹음하면 대사치고 있는 느낌인거 있죠.(웃음)”

충무로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이지만 박보영의 행보는 거침없다.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비롯해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돌연변이’까지 올 해만 세 편의 영화를 찍었고, ‘오 나의 귀신님’ 드라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제가 운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시나리오 주시는 게 참 감사해요. 여자가 끌어갈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없어요. 불러주시니까. 너무 감사한데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지 힘에 부치는게 있어요. 그래서 항상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여기에 팬들의 큰 사랑까지 받고 있다. 박보영은 특히 올해는 언니 팬들이 많이 늘었다며 웃어보였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 포인트는 ‘친근함’ 이었다.

“친근하게 바라봐주셔서 그런게 아닐까요? 제가 범접할 수 있는 연예인은 아니잖아요.하하. 제 체형이나 외모를 친근하게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올해 바쁜 한 해를 보낸 박보영.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홍보 활동을 바쁘게 소화한 후 신중히 차기작을 고른 후 다음 작품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겠다고 약속했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진게 없어요. 조금씩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드라마가 된다면 빨리 인사를 드릴 것 같고, 영화가 된다면 좀 준비하고 촬영을 해야 하는 시간이 있어서 조금 더 지연되겠죠. 고민이 많이 되네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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