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과학과 성리학

KBS ‘장영실’은 과학사극이다. 별 태양 달의 운행에서 비롯된 시간의 비밀을 알려주는 CD 등 과감한 과학영상이 눈이 띈다. 장영실 부자가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교대로 밤하늘에 별자리를 그리며 훈훈한 부자애를 그려낸 장면은 감동이었다.

‘장영실’은 단순히 15세기 조선의 과학을 알리려는 게 아니다. 그가 발명한 측우기, 자격루, 앙부일구가 얼마나 훌륭한지는 이미 수많은 교양, 다큐물에서 다뤘다.

이번 사극은 노비 출신의 장영실(송일국)이 당시 장벽을 극복하고 과학기술로 최고의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불굴의 노력을 스토리화했다. 장영실이 장벽을 뚫게 해준 요인은 크게 두가지다. 그의 재능과 가치를 알아본 세종이라는 걸출한 왕의 존재다. 우리는 여전히 이런 지도자, CEO, 멘토를 염원한다.

또 하나의 장벽은 당시 신분질서를 규정짓는 성리학이라는이념체계다. 당시 천문은 미신에 가까웠다. 지배자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형제를 죽이며 왕위에 오른 태종(김영철)은 구식례(일식과 월식때 태양이나 달에 기도를 하는 의식)를 올려 불안하고 뒤숭숭한 마음을 추스리고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만 월식은 일어나지 않았다.

성리학과 과학은 반대말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과 실정으로 볼때 대척점에 있었다.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를 접목시킨 성리학은 절차탁마로 심오한 경지까지 갈 수 있지만, ‘답정너’ 학문이다. 반면 사물을 합리적으로 바라보고 이치를 생각하는 과학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별들의 이치와 원리를 관찰한대로 거침없이 말하는 장영실은 당시 사대부 입장에서는 신분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장영실은 정치사상적으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순수과학 자체로만 바라볼 수 있었다. 그가 목숨을 걸고라도 조선을 떠나려고한 이유, 그것도 지금 우리가 한번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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