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는 정말 아까운 드라마다. 달달할 것 같은 대학가의 청춘 멜로로 치열한 현실을 그려내는 시도는 좋았다. 젊은이들의 경쟁, 인간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유정, 홍설, 인호는 물론이고 ‘치즈’에게 ‘트랩‘을 설치하는 각종 진상들까지 이해되는 캐릭터로 그려져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유정의 달콤한 미소뒤 위험한 본성을 이해할 수 있고 공감이 가게 보여주었다면 지금 이 드라마가 남긴 긍정적 파장은 너무나도 컸을 것 같다.
하지만 제작주체간에 무슨 이유, 무슨 이해관계때문인지 몰라도 ‘치즈들’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차라리 능력 부족이었으면 이렇게 긴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상처를 가진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극복해나가느냐는 이야기다. 유정은 진실된 관계를 맺기 어려웠다. 그래서 가까이서 진실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형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투입된 형제(?) 백인호가 유정 아버지에게 유정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했다는 사실을 유정이 알게됐다.
이 드라마에서는 유정의 관계 장애 성격으 상당부분이 아버지에게서 비롯된 것이지만, 현대인은 누구나 관계 장애를 겪는다는 점에서 유정 캐릭터의 진행과정은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었다.
유정은 마지막회에서 여자친구 홍설에게 “내 옆에 있으면 또 상처받고 다칠줄 모른다”고 말한다.
그는 뒤늦게 자신이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털어놓는다. 유정은 “같잖은 피해 의식에 사람 멋대로 분류하고 판단했다. 내가 짓밟은 것은 그들의 마음이고, 감정인 것을. 그걸 왜 내가 몰랐을까”라면서 “문제는 나한테 있는데, 노력할 사람은 나인데…”라고 말했다.
유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지만, 그 해결 방식은 관계를 개선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기 보호본능이 강해질수록 더욱 주변과의 관계가 더 안좋아지는 아이러니, 이를 조금 더 섬세하게 풀었다면 대작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현실적이고 절실한 세태, 이중적인 인간관계의 매듭을 유정이 “(문제투성이인) 내가 널 잘 사랑할 수 있을 그 때 널 보고싶어”라고 말하고 3년간 시간을 미루고, 또 직장에 취직한홍설은 “직장에도 (대학때처럼) 오영곤, 송민수, 김상철 선배가 있다. 여전히 관계속에 있고, 관계가 힘들지만 일일이 신경쓰고 고민할 열정들도 사라진 지 오래다”라고 쉽게 풀어버릴 일이 아니다. 특히 상처투성이인 유정을 통해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풀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두고두고 든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