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에서 ‘그녀’(전지현)이 그토록 애타게 부르던 ‘견우’가 15년 만에 돌아온다. 12일 개봉하는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다. ‘그녀’는 전지현에서 빅토리아로 교체됐지만, 견우는 차태현 그대로다. 차태현은 ‘냉동인간’인 것 같다. 그의 얼굴도, 스크린 속 견우도 15년 전과 변함이 없다. 데뷔 21년차 배우, 차태현을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항상 자신있게 말하는 게 있어요.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견우’라고 하죠.”
![]() |
| 배우 차태현이 ‘엽기적인 그녀’ 이후 15년만에 제작된 속편 ‘엽기적인 그녀2’로 돌아왔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수십 편의 작품을 거치며 그만큼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견우는 차태현에게 남다른 의미다. 19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로 데뷔한 후 ‘엽기적인 그녀’가 첫 주연작이기도 했다. 영화의 성공 이후 차태현의 주가도 올랐다. ‘연애소설’(2002),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복면달호’(2007), ‘과속스캔들’(2008) 등 출연한 영화마다 줄지어 히트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나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단언했다.
“한 번만 더 ‘엽기적인 그녀’ 같은 작품을 한다면, 내 인생에 무얼 더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게 애틋한 견우와 차태현은 1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반가운 마음도 컸지만, 그보다 고민이 앞섰다. “저는 좋은데, 많은 분들이 불편해하실 것 같더라고요. 엄청나게 고민을 하고 출연을 결심했어요.”
![]() |
| 배우 차태현이 ‘엽기적인 그녀’ 이후 15년만에 제작된 속편 ‘엽기적인 그녀2’로 돌아왔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고민’의 포인트는 전지현의 부재였다. “남들은 전작이 아주 잘 돼서 ‘전작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식의 고민 때문인 줄 알지만, 그냥 전 지현이가 안 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컸어요.”
견우의 새로운 그녀가 된 빅토리아와 연기 호흡은 좋았다. 촬영 내내 서로 상의하고 빅토리아에게 더 편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변경했다고 했다. “너무 힘들면 중국어로 해도 된다”고 했는데, 빅토리아는 끝까지 “한 번 해 보겠다”고 말했다. “외국말로 연기한다는 게 참 대단해요.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 |
| 배우 차태현이 ‘엽기적인 그녀’ 이후 15년만에 제작된 속편 ‘엽기적인 그녀2’로 돌아왔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차태현은 견우와 재회하고 난 지금에서야 그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을 떠나보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에 찍은 작품들 속 저한테서 견우의 모습이 얼핏 보이더라고요. 나쁘다고 생각은 안 했어요. 나는 그런 스타일의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엽기적인 그녀2’를 찍고 나서 찍은 작품들에선 견우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프로듀사’(KBS2)에서의 ‘라준모’도 그렇고요. 일부러 내가 뭔가를 한 건 아닌데, 견우를 다시 한 번 더 찍고 이제 종지부를 찍은 것 같아요.”
차태현의 새로운 고민은 영화 속 캐릭터와 ‘사람 차태현’이 겹쳐 보일 때가 있다는 지점에서 생겨나고 있다. 5년째 출연 중인 예능프로그램 ‘1박2일’(KBS2) 이야기다. “예능에서는 연기할 수 없고 원래 모습이 다 노출되잖아요, (거기에 익숙해졌는지) 견우를 연기하는데 ‘차태현’이 너무 많이 보여서 놀랐어요.”
‘예능 이미지’와 ‘영화 이미지’에 괴리감이 생겨 배우들이 예능을 그만두는 것도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고 했다. “밝은 연기를 많이 해서 큰 지장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
| 배우 차태현이 ‘엽기적인 그녀’ 이후 15년만에 제작된 속편 ‘엽기적인 그녀2’로 돌아왔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차태현은 ‘초호화 캐스팅’ 소식으로 기대가 큰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 촬영에 들어간다. ‘신과 함께’는 인간의 죽음 이후 저승 세계에서 49일간 펼쳐지는 7번의 재판과정 동안 저승사자들이 인간사에 개입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영화다. 국내에서 영화로는 처음으로 2부작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시리즈물을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CG가 많으니까 완전 블루스크린에서 연기하는 것도 도전해 보고 싶었고요. 어제 고사 지내면서 배우와 스태프를 처음 만났어요. 재밌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