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산다’ 기안84에 열광하는 이유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리얼리티 예능도 믿고 볼 수 없는 세상이다. 리얼리티의 가면을 쓰고 ‘설정’이라는 MSG(인공조미료)를 가미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안84가 보여준 모습은 달랐다. 덕분에 다시 리얼해진 MBC ‘나혼자산다’에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동안 ‘나혼자산다’가 신선했던 이유는 혼자 사는 남자 혹은 여자 연예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는 데 있었다. 하지만, 믿었던 ‘나혼자산다’ 마저 설정에 대한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합류한 김반장은 조카와 함께 워터파크에 가서 노는 장면을 보여줬지만, 이는 일상이 아닌 ‘특별한’ 사건에 가까웠다. 장우혁은 자신의 집 옥상에서 근육질 몸을 자랑하며 선탠을 한다. 일반인들에겐 그런 좋은 집도 없을뿐더러 화보와 같은 장면의 연출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이들 모두 일반 사람들의 피서법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컸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김선영 TV평론가는 “‘나혼자산다’가 처음 나왔을 때 공감을 얻었던 것은 연예인보다는 자연인에 가까운 모습으로 자신들의 사생활을 그대로 공개해 연예인으로의 위화감보다는 ‘저들도 똑같은 인간이구나’, ‘혼자 사는 모습이 똑같이 외롭구나’ 하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반에 기러기 아빠가 나와서 혼자 편의점 음식을 먹는다든지 연예인 같지 않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점점 고급 피규어를 모은다거나 특정 고급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연예인들의 이색적인 취미나 소비에 더 집중해 그들만의 리그처럼 공감 포인트가 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기안84는 ‘나혼자산다’를 다시 ‘리얼’한 리얼리티로 돌려 놓았다. 지난 6월 새얼굴로 등장한 기안은 그간 ‘나혼자산다’ 출연진에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일 기안84의 라이프는 화제가 되고 잠잠했던 ‘나혼자산다’에 다시 관심이 쏠렸다.

그는 ‘패션왕’ 등 웹툰으로 유명해진 웹툰 작가다. 일반인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이름을 알렸지만, 연예인들과는 또 다른 속성이 있다. 집에서 만화를 그리는 일 외에는 일반인의 일상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점이다. 특히 혼자 사는 남성들의 삶에 매우 가깝다는 평이다.

기안 84는 극도의 귀차니즘을 보여준다. 이사 온 지 한달이 지났으나 그의 집엔 가스레인지 하나 없이 휑하다. 전날 먹다 남은 족발과 김치로 아침 식사를 차리더니 커피포트에 라면과 족발을 넣어 끓였다. 설거지는 물로만 흔들어 씻고 책상도 없이 맨바닥에서 드라마 ‘태조왕건’을 보며 아침식사를 한다. 기존 멤버인 전현무 역시 새로 이사한 휑한 집에서 가구 없이 의자에서 자거나 옷을 무더기로 쌓아두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홍석천과 함께 가구를 고르러 가는 등 새로운 설정을 넣었다.

집에서 웹툰 작업을 하는 모습도 자주 나온다. 그런데 에어컨을 설치하면 이사 갈 때 또 뜯는 게 귀찮다며 지금까지 에어컨을 사지 않아 충격을 주기도 했다. 상의를 훌러덩 벗고 집에 있는 가위로 머리를 자르거나 걸레와 빨래를 세탁기에 함께 넣는 등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방금 빨아서 넌 축축한 빨래를 곧바로 입고 “안 말라서 시원하다. 땡볕이라 금방 마른다”며 그대로 외출을 한다. 이에 한채아는 “자신의 동생 같다”며 친근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여름휴가로는 동네 오락실과 만화방을 찾았다. 현실적이었다. 그는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오락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철권 기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만화방에 가서는 자장면을 시켜먹고 그대로 잠든다. 이후에는 동네 친구를 만나 논두렁을 걸으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기안 84의 날 것 그대로의 꾸밈없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 충분했다.

김선영 TV평론가는 “기안84는 ‘나혼자산다’의 초심을 보여주고 있다”며 “연예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던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모습에 시청자들도 호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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