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혹평이 쏟아진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에 대한 해명(?)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흥행 불패’, CJ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여름 작품이니만큼 관심이 컸다.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의 캐스팅 소식도 기대를 돋웠다. 영화를 이끈 주인공인 이정재(44)는 논쟁적인 부분을 피해가려 하지 않고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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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게다가 맥아더 역에 캐스팅이 워낙 센 사람(리암 니슨)이 붙다 보니까…. 맥아더의 업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전쟁 세대가 아닌데다가, 가족에게도 직접적으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그가 ‘인천상륙작전’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지금 사는 세상과 너무 달라서”였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당시 상황을 기록한 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읽던 중 “절대로 적의 포로가 되지 말아라, 만약 잡힌다면 자결을 하라”는 한 제독의 이야기가 마음을 쳤다고 했다.

“정말 절체절명의 마지막 임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 제가 잘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딱 들으면 ‘야, 저 정도로 결의가 대단했었나’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배우들은 그걸 느끼고 표현을 해야 잘 되는데, 저도 많이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시나리오 초고만 보고 덥석 역할을 받아든 것은 아니었다. 시나리오의 ‘사실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확인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어요. 너무 영화적인 것들로만 포장돼 있으면 안 되니까요. 기획은 굉장히 좋은 거였는데, ‘팩트’를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의미도 퇴색되고 욕도 많이 먹을 수 있고요.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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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시나리오 초고를 “뭔지 알겠으니까, 더 발전시켜서 가져와 달라”고 보낸 뒤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에서 그는 한국전쟁에서 잊혀진 ‘엑스레이’라는 첩보 작전을 지휘하는 국군 대위 장학수 역할을 맡았다. 극중 장학수는 처음엔 공산주의 사상에 빠져들어 러시아 유학길에 올랐다가,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라는 말로 아버지를 죽이도록 지시한 공산당의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남한으로 전향한 인물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개봉한 ‘암살’에서 그가 연기한 염석진도 독립운동을 하다 고초를 겪고 일본 앞잡이로 신념을 뒤집어엎은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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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염석진은 독립운동으로 시작했지만 일본군에 잡혀 고문당하고 감옥 안에서 동료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조국 해방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버린 거라고 상상을 했어요. 반대로, 장학수는 공산주의 사상의 달콤함에 매료됐다가 전향을 하면서 신념이 생긴 거고요.”
이정재도 배우 인생에서 어느 순간 뚜렷한 변화를 맞았다. ‘관상’(2013)의 수양대군 역할이 터닝포인트였다. 이전까지의 필모그래피에서는 ‘이정재’라는 이름이 영화의 ‘얼굴’이었다면, ‘관상’ 이후부터는 ‘최전면 주연’은 아니더라도 살짝 뒤에 서 있지만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관상’ 시나리오를 보는데, 책의 3분의 1이 넘어가도록 (수양대군이) 안 나오는 거에요. 내가 시나리오를 잘못 받았나, 내 캐릭터 이름을 잘못 들었나, 생각했죠. ‘어 이건 완벽한 조연인데’ 생각했지만, 반 지나서 나오는 수양대군이 정말 매력 있더라고요. 주연과 조연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조금 이른 감도 있지만, 어차피 올 거 빨리 가자, 그런 심정이 정말 들었어요.”
그의 차기작 ‘신과함께’(감독 김용화)도 바로 그런 영화다. 다른 영화에선 모두 주인공을 꿰찰 배우 15명이 떼로 등장한다. 하정우, 주지훈, 차태현, 김하늘 등이다.
“훨씬 좋아요. 일단 부담이 없어서 좋고요. 멀티캐스팅 자체가, 미들급 이상은 되는 사람들이 나오니까 호흡이 잘 맞아요. 모두 다 프로이다 보니까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을 딱 아는 거죠. 자신이 내야 할 음(音)을 내 주니까 화음이 잘 맞아요.”
그는 “40대까진 좋은 것 같다”고 했지만 “50대는 어떻게 될지 조금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딜 다쳐도 빨리 안 낫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얼마 전 ‘사냥’에서 안성기 선배님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와 너무 대단하시다’하는 감탄이 절로 들었어요. 정말 훌륭한 귀감이세요. 안성기 선배님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성품은 정말 따라가고 싶어요.”
그 자신을 ‘롤모델’로 삼는 후배 배우도 많은데, 그는 여전히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싶어하기 보다는 다른 배우를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
jin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