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테 콰르텟 “콩쿠르 우승해도 늘 적자, 보장된 네 번의 무대는 장점”

금호아트홀 첫 실내악단 상주음악가
2019년 결성한 젊은 현악사중주단


금호아트홀 최초의 첫 실내악단 상주음악가 아레테 콰르텟 [금호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5년 전, 우리가 상주음악가가 될 수 있냐고 겁없이 물어봤어요. 이 제도를 통해 팀으로 음악적 발전을 이뤄 한국 클래식계에도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레테 콰르텟 박성현)

평균 나이 28.5세. 제1바이올린 전채안(28), 제2바이올린 박은중(24), 비올라 장윤선(30)과 리더 박성현(32, 첼로). 창단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젊은’ 실내악단이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각 나라의 주요 실내악 콩쿠르를 휩쓸며 ‘한국 현악사중주단’ 최초 기록을 세운데 이어, 실내악단으로는 처음으로 금호아트홀의 상주음악가로 이름을 올렸다. 피아니스트 임윤찬(통영국제음악제), 첼리스트 최하영(롯데콘서트홀), 바리톤 박주성(마포아트센터),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더하우스콘서트) 등 솔리스트 중심으로 상주음악가를 선정해온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다. 아레테 콰르텟은 2020년 금호영체임버콘서트에 데뷔, 금호문화재단과 첫 인연을 맺었다.

상주 음악가는 국내외 주요 공연장과 페스티벌이 선정하는 ‘올해의 얼굴’ 격인 시스템이다. 2005년 통영국제음악제가 페스티벌 최초로, 2013년 금호아트홀이 공연장 최초로 도입한 상주음악가 제도는 이후 롯데콘서트홀, 마포아트센터, 더하우스콘서트로 확장했다. 각 공연장과 축제에선 해마다 다양한 분야의 음악가를 선정, 그들에게 서너 번의 무대를 제공해 음악가들의 질적 성장을 독려한다.

‘스타 솔리스트’ 중심의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젊은 연주자들이 ‘안정된 무대’를 꾸준히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계 전문가들은 “젊은 연주자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선 콩쿠르의 우승 타이틀을 통한 증명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아레테 콰르텟이 전 세계 주요 실내악 콩쿠르에 ‘도장깨기’ 하듯 참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전채안은 “생각보다 팀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콩쿠르에 계속 나가게 됐다”며 “콩쿠르 수상으로 그 나라에서의 무대 경험과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의도치 않게 나라마다 콩쿠르에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 최초의 첫 실내악단 상주음악가 아레테 콰르텟 [금호문화재단 제공]


팀 결성 이후 처음 참가한 2021년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에 무려 5개의 특별상을 수집한 아레테 콰르텟은 이후 2023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2024년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우승이라는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아레테 콰르텟의 이름 앞에 따라오는 찬사가 이들의 무대 횟수나 수입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 독주자, 피아노 바이올린 등 특정 악기 중심의 한국 음악계에서 실내악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콩쿠르에 나가 상금을 받아도 숙소와 항공 등 경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기에 완벽한 적자에 가깝다”며 “사실 상금보다 절실한 건 연주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상주음악가로의 연주 기회는 아레테 콰르텟에게 주어진 안정된 일 년 일자리와 같다. 이들은 오는 9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총 네 번의 연주로 관객과 만난다. 네 번의 무대를 관통하는 주제는 공명. “현악 사중주의 기틀을 닦은” (전채안) 하이든을 시작으로 ‘사냥’이라는 부제가 붙은 하이든 모차르트 외르크 비트만의 사중주(5월 29일), 쇼스타코비치 라벨 버르토크 등 동시대 작곡가들의 작품(9월 4일)과 베토벤 슈베르트의 마지막 4중주(11월 13일)로 끝을 맺는다.

일 년간 꾸밀 다채로운 무대에 대한 멤버들의 마음가짐도 단단하다. 전채안은 “‘탁월하다’는 뜻을 가진 아레테 콰르텟의 이름처럼 어떤 곡을 연주하든지 시대를 살다간 탁월한 작곡가들이 먼저 들리는 팀이고 싶다”며 “작곡가가 가진 탁월한 본질과 참된 목적, 참된 음악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라고 했다.

박성현은 “클래식 시장이 솔리스트에게로 집중된 것에 아쉬움도 있지만, 팀으로도 들려드릴 수 있는 음악도 다양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상주음악가로서 네 번의 무대가 보장돼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 장점이 될 것 같다”며 “현악사중주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 (작곡가들이) 현악사중주를 대하는 태도, 왜 이 곡을 현악사중주로 쓸 수 밖에 없었는지, 곡에 담겨있는 스토리는 무엇인지 네 번의 무대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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