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유예에도 美국채 시장은 신중 또 신중 [투자360]

10년물·30년물 금리 추가 상승
미 국채 시장 구조적 문제 우려 지속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미국 증시가 빠르게 반등했지만 채권시장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금리는 14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30년물 역시 8bp가량 오르며 ‘트럼프 관세’ 이후 계속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역의 관계이기 때문에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은 약세를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채권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유예한다고 밝힌데다 기자들을 만나 “나는 (채권시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보면 아주 멋지게 됐다”고 말하는 등 직접 언급하면서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390억달러 규모의 10년만기 국채 발행 입찰이 이날 무난히 진행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89% 가량이 외국 중앙은행들에 배정된 것으로 나타나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채권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그럼에도 채권시장은 신중한 분위기가 우세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것이 금융시장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자 미 국채 시장에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번주 초 대비 40bp 이상 급등하며 2001년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30년물 금리는 무려 60bp나 뛰어올라 198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이상 현상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헤지펀드들의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 포지션 청산 가능성이다. 이는 선물과 현물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둘 간 가격 차이가 워낙 미미하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대규모로 일으켜야 한다.

이 때문에 시장이 흔들리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베이시스 트레이드의 급속한 붕괴는 또 다시 시장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국채 금리와 스와프금리 간 괴리가 커지면서 10년물 기준 해당 스프레드가 64bp로 사상 최대폭을 기록했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자산운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나 경기침체 같은 외부 충격은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활용한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며 “특히 연방정부가 재정 적자로 인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 가격 하락 압력이 커져 베이시스 트레이드의 매수(Long) 포지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 유동성 부족과 현금 확보를 위한 무차별적 자산 매도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탓에 미 국채 금리가 상승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되었든 경기침체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 국채가 약세를 보인 것은 안전자산으로써 미 국채에 대한 물음표로 이어지고 있다. 다소 성급하지만 미국이 기축 통화국의 혜택을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일각에선 내놓고 있다.

때문에 미 국채 금리 급등이 이어질 경우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가 정책 결정권자에게 압박을 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준의 역할도 주목 받고 있다. 메건 스위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연구원은 “시장 해체 수준의 리스크가 확산되면 연준 개입 없이 이 악순환을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역환매조건부매매(RRP) 프로그램이나 외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한 달러 스왑라인 등의 수단을 통해 연준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준이 은행의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서 국채를 일시적으로 제외하는 방안이나 양적긴축(QT) 중단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투자360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