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펑크록 대모’ 패티 스미스, 그가 전시장에 나타난 까닭은… [요즘 전시]

패티 스미스x사운드워크 컬렉티브
10년의 대화로 완성한 ‘시와 소리’


전시장에서 만난 패티 스미스. [피크닉]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비행기 티켓을 살 필요도, 공항에 갈 필요도 없이, 그저 귀 기울여 나 자신을 소리에 맡기기만 하면 돼요.”

미국 펑크록의 대모이자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이며 시·에세이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해 온 예술가 패티 스미스. 그가 음향예술가 스테판 크라스닌스키와 만났다. 크라스닌스키가 세계 각지에서 채집한 소리의 기억에 스미스가 시로 속삭인 것. 그렇게 소리와 시가 교차하며 이어온 두 사람의 ‘10여 년 대화’가 서울을 처음 찾았다.

스미스와 사운드워크 컬렉티브의 협업 전시인 ‘끝나지 않을 대화’(Correspondences)가 서울 남산 자락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막을 올렸다. 사운드워크 컬렉티브의 창립자인 크라스닌스키는 “소리에는 기억이 깃들어 있다”며 “그것이 시인의 것이든, 혹은 아이의 것이든, 바로 그 지점에서 스미스의 시가 개입한다”고 말했다.

전시 ‘끝나지 않을 대화’ 전경. [피크닉]


전시 ‘끝나지 않을 대화’ 전경. [피크닉]


4개 층에 걸쳐 조성된 전시는 인간이 땅과 자연을 잘못 사용하면서 초래한 지금 이 세계의 단면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마치 하나의 앨범처럼, 전시를 채운 8편의 영상 작품은 각기 다른 사운드트랙으로 작동한다.

영상들은 독립적으로도 존재하나 서로에게 말을 걸며 대화로 조응한다. 여기에 스미스의 언어와 목소리가 그 흐름에 감성적 질감을 덧입히면서 관람객은 어느새 시의 파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을 받게 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메데이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 ‘메데이아’와 이탈리아 영화감독이자 시인, 사상가였던 피에르 파울로 파솔리니의 비극적 죽음을 다룬 영화 ‘파솔리니’가 중첩되는 장면에서 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나를 기억하는가 / 나는 암흑의 바다에서 왔다 / 칠흑 같은 심장과 / 불타는 양털을 품고….’

남편에게 배신 당한 메데이아와 살해 당한 파솔리니가 겹쳐지면서 상처 입은 존재들의 외침은 심연에서 길어 올려진 시처럼 되살아난다. 작품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을 넘나든다. 이는 인간이 저지른 상처를 잊지 않으려는 시적 연대의 장으로 관람객을 이끄는 스미스와 크라스닌스키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다.

전시 ‘끝나지 않을 대화’ 전경. [피크닉]


전시 작품들 중 가장 사색적인 ‘산불’과 ‘대멸종’은 스미스가 태어난 해인 1946년부터 최근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주요 산불의 시간에 따라 기후 위기로 사라진 수많은 생물종의 이름을 읊는 작품이다.

‘1985년, 캘리포니아콘돌이, 크리스마스섬땃쥐, 카미오, 우아포우까치딱새, 북부위부화개구리, 알라오트라논병아리.’ 스미스의 목소리를 따라 나열되는 생명마다 인간이 초래한 생태계 파괴를 묵묵하게 증언한다.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자생하는 희귀 식물을 조사해 전시장 옥상에 담아내는 작업도 선보였다. 이 밖에도 스미스의 드로잉, 캘리그래피, 사진 등도 소개된다.

전시 ‘끝나지 않을 대화’ 전경. [피크닉]


1975년 데뷔 앨범 ‘호시스’(Horses)로 음악계에 등장한 스미스는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의 예술 여정이 음악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그는 랭보의 시에 깊이 매료돼 시인의 길을 걸었고, 화가를 꿈꿨던 시기도 있었다. 그는 “시를 쓰던 중에 우연히 로큰롤에 빠지게 됐다”며 “노래하든, 시를 쓰든, 드로잉을 하든, 결국은 정서적으로, 지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나는 미국인이지만 그게 내 탓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미국에서 태어났을 뿐”이라며 “나 자신을 인도주의자라고 정의하고 싶고, 그런 점에서 자연이 가장 최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에는 경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곳곳의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도 밝혔다. 언젠가는 요제프 보이스를 모티브로 한 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로큰롤을 해 온 지 벌써 반세기가 지났어요. 만으로 78세의 나이가 됐지만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전시는 7월 20일까지. 성인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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